<시리즈>전자제품 권장소비자가 문제있다 (하)

누구나 한번쯤 용산전자상가를 둘러보면 가전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비단 세일행사때뿐아니라 일년내내 세일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세일가격으로 판매되는 신제품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권장소비자가가 거품으로 존재하는 것은 백화점도 마찬가지이다. 국산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외산가전에도 권장소비자가격은 유명무실하다. 심지어 최근막을 내린 봄 정기세일 기간중에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이 판매된 경우도있다. 수입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업체의 설명도 일리는 있지만 소비자의입잔으로선 권장소비자가격에 대한 불신의 폭도 그만큼 크다. 재정경제원은이에 따라 권장소비자가격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장소비자가격폐지 대신에 생산업체들로 하여금 공장도 가격만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을마련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높게 표시한 뒤 판매할 때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유인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표기할 수 있는 권장소비자가격에 대해서는 현재공정거래 고시에 「실제 거래가격 보다 현저히 높은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할 수 없다」는 규제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현저히 높은 가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특정품목에 대해 권장소비자가격과 판매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이중가격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정기간 권장소비자가격대로 판매하지 않을 경우 제조업체를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돼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권장소비자가격에 대한 규제는 다소 허술한 감이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세일이 일반화 된 상황에서 권장소비자 가격은 분명 그 의미가퇴색되어 있다. 단지 「얼마나 싸게 샀느냐」는 소비자 만족감의 요기거리로존재할 뿐이다.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정확한 가격에 확실한 품질의 제품을구입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미 할인율을 적용한 실용가능성이 희박한 가격을 제시하고 제품을 판매한다면 이 또한 소비자보호를 외면한 그릇된 상혼이 아닐까.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