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鉉泰 논설위원
디지털 기술이 쇄운의 미국을 回天시키고 있다. 디지털은 물에 빠진 미국에 지푸라기를 제공하는 「열린 종교」나 다름없다. 미국은 「모든 이에게모든 것을(Everything is Everyone)」이라는 구호 아래 추진하고 있는 야심찬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노둣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는 정보통신산업에 관한 한 원조격인 대표적 선두업체가 즐비하다.
중앙처리장치(CPU)부문의 인텔, 운용체계(OS)부문의 기린아 마이크로소프트,토털 솔루션의 대명사 IBM, 3차원 가상현실을 제공하는 실리콘그래픽,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의 오라클, 케이블TV를 포함한 방송부문의 대부타임워너, 엔터테인 컨텐츠의 디즈니랜드, PC통신서비스의 컴퓨서브, 인터네트 검색 소프트웨어로 스타덤에 오른 네트스케이프 등등.
미국은 전자·정보산업 부문에선 산업로봇과 가전부분 등 제조기술을 중심으로 한 생산자 경제 측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분야에서 선두에 올라 있다.
미국의 디지털 관련제품과 서비스의 수출이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만 봐도 미국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은 디지털 혁명이란 거센 바람을 컴퓨터 네트워킹에 실어 세계를 제패하는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유럽·한국 등 재도약을 꿈꾸는 여타 국가들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유형·무형의 「비트」제품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비트 서비스가 확산되는 나라마다 강력한 경제적·문화적 충격과 함께 국적의종속화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명은 미국에 각국의 고유문화를 침탈할 수 있는 현대판 「트로이 목마」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네트가 바로 그 단적인 예다. 미국의 언어와 문화가 인터네트를 통해 다른 세계로 여과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언어는 오랜 세월 동안 체계화한 문화적인 코드이다. 미국 정신의 인화지인 영어를 가장 빠르게, 그것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세계에 전파하고 미국의 문화를 거부감을 줄이면서 퍼뜨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의 가상공간이다. 인터네트의 보편화는 경제보다 문화에서 먼저 국경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미국은 세계를 관통하는 정보망인 인터네트가 그렇게숭고할 수가 없다.
디지털의 세계는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의 기본음표와 악장처럼 변화무쌍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1악장은 빠르게, 2악장은 느리게, 그리고 3악장에서는 충격을 주었다가 4악장은 다시 맨처음으로 돌아가는 「운명」과 흡사한게 디지털의 세계다. 빠른 템포의 1악장과 느린 템포의 2악장을 바꾸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그러나 디지털 혁명은 과정일 뿐 산물은 아니다. 그것은 진화의 과정이라변화가 많을 수밖에 없다. 가전부문에서 그랬듯이 언제 또 그 길을 일본이나그밖의 나라에 내줄지 모를 일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 6일 청와대에 보고한 「21세기 경제장기구상」에는 2020년에 G7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로제시됐다. 여기에는 정보화전략이 21세기를 주도할 핵심사안임은 물론이다. 2015년까지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을 계획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짜임새 있는 실천전략과 응집된 집행력이 중요하다.
오늘날과 같이 정보가 부국의 원리로 작용하는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인프라」는 경쟁력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다. 세계 각국들이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비한 정보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하지 않으면 미래로 가는 탄환열차에 동승할 수 없다. 우리도 최고수준의정보인프라를 조기 구축, 국가와 사회의 경쟁력을 키우는 새로운 에너지로삼아야 한다.
그러나 조직적인 응집력 없이는 엄청난 국가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응집력을 약화시키는 현재의 조직체계로는 정보사회의 미래를 현실의 화폭에 담을 수 없다. 세기적인 디지털 혁명에 걸맞는 정보화 조직의 새로운패러다임이 마련돼야 한다.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국가의 가치는 필경 국가를 조직하는 국민의 가치다. 긴 눈으로 보면 국가의 가치는 결국 국가를구성하는 개인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갈파했다. 정부와 기업, 정치인과 국민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