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디지털TRS 표준화 논의 혼미

1년 이상을 끌고 있는 디지털 TRS 표준화 작업이 신규 TRS사업자 선정을 불과 50여일 남겨놓은 지금까지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혼미를 거듭하고있다.

특히 지금까지 검토돼온 3개 규격 외에 최근 유럽연합이 표준규격으로 결정한 「π/4」 프로토콜의 표준 채택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가세,디지털 TRS 표준화 논의가 자칫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TRS 표준화 작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디지털TRS의 표준화시기가 정부가 6월중에 허가할 전국TRS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시기와 묘하게 맞물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동부·기아·아남·한진 등 4개사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전국TRS사업권 경쟁에 미칠 영향을 고려, 섣부른 표준규격 채택에 정부나 표준화단체인한국통신기술협회(TTA)가 엄청난 심적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TRS의 표준화작업은 TTA산하 「무선설비 실무작업반」이 지난 달 19일 제 21차회의를 열어 표준화 항목을 선정한데 이어 실질적인 표준 규격을결정할 「실무분과위원회」에 이 문제를 상정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실무분과위원회는 미국 모토롤러社·지오텍社·에릭슨社 등 표준화 장비제안 3社를 대상으로 해당기술의 특허사용에 따른 양해각서(MOU)를 이달 하순께 제출받아 「평가위원회」에서 최종 심사를 거쳐 이르면 1~2개월 이내에 국내 디지털 TRS표준화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업자 선정 이전에 표준화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디지털 TRS 표준화는 전국TRS사업자 선정 발표 직후에 전격적으로 이뤄질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계획된 일정조차 「π/4」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혼돈에 빠져들 공산이 커지고 있다.

국제전자와 한화전자정보통신 등 디지털 TRS표준화작업에 참가하고 있는일부 업체들이 汎유럽디지털 표준규격인 테트라(TETRA)가 최근 디지털TRS의주파수변조방식을 「π/4」방식으로 표준화를 채택한 점을 들어 디지털 TRS표준화 작업을 새로 시작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특히현재 국내업체들이 외국 TRS장비공급업체와의 불리한 기술이전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π/4」표준이 가장 확실한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TRS사업자인 MCA/JSMR 등이 채택하고 있는 「16QAM」방식과는 별도로 NEC·마쯔시다·미쯔비시·도시바 등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π/4」방식의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어 「π/4」방식이 디팩토 표준(사실상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테트라의 기술규격인 「π/4」방식은 모드 업체에 기술기준을 공개하는 오픈 프로토콜이기 때문에 부품의 공용화·양산효과 등에서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뿐만아니라 TRS 활성화의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단말기 가격의 저렴화 효과를 거둘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π/4」규격의 표준 채택 주장에 대해 표준화기구인 한국통신기술협회측은 『업계의 의견이 「π/4」로 모아진다면 표준화 작업을 다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π/4」의 표준채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결국 외국의 3개 장비 업체 규격을 놓고 저울질해온 디지털 TRS 표준화작업은 「π/4」라는 복병의 등장과 사업자 선정을 통해 디지털 TRS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와 민간업체들의 공통적인 이해에 따라 의외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