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파행으로 치닫던 대우통신과 세진컴퓨터랜드의 관계가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섰다.
독자적인 행보를 주장하며 대우통신과의 결별 등을 공개적 발표했던 세진과 이에맞서 실질적으로 세진 지분의 51%를 확보하고 있는 대우통신의 자금지원 중단 등으로 파국직전까지 내몰렸던 양사의 갈등은 이번 「세진 경영정상화방안」에 양사가 전격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번 합의내용으로만 본다면 대우통신은 일단 세진에 대한 한상수 사장의경영권을 보장한 대신 세진의 경영진에 자사 임원을 파견하고 세진의 신규사업 및 투자에 대해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양사 갈등의 불씨가 돼왔던 한사장의 독선적인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또 세진으로서는 한사장의 경영권의 유지와 함께 대우통신의 자금지원 및세진의 육성·발전에 대한 의지를 담보함으로써 조속한 시일내에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동안 세진이 전체 지분의 51%를 확보해 경영권을 갖고있는 대우통신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인 경영을 해왔으며 먼저 대우통신을 선제공격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양사간 합의는 힘의 논리에 부친 세진의굴복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즉 이번 합의 내용에는 비록 세진을 한상수사장체제로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대우통신이 파견한 2명의 임원이 세진의 경영진에 참여하고 신규 유통망개설 및 투자에 대해서 사전에 대우통신의 합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예전처럼 한사장이 세진의 경영에 전권을 행사하지 못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합의내용중에 세진의 올 한해 매출목표를 6천8백억원 이상으로 정하고 한사장이 이에대한 책임을 지도록 명기함으로써 한편으로 만일 세진이 올매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한사장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고 해석할수 있어 한상수사장의 독자경영에 의해 확장을 거듭해온 세진으로서는 대우통신에 발목을 잡힌 셈이 됐다.
세진과의 협상을 주도해온 대우통신의 김우기전무는 이번 합의에 대해 『국내 컴퓨터 유통산업을 이끌고 있는 세진을 정상화하는 것에 1차적인 목표를 둔 것이며 이번 합의에 따라 양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계속된다면 오는 10월 이후 세진은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세진의 경영정상화에 대우통신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전무는 앞으로세진을 대우통신의 계열사가 아닌 사업파트너로서 인정, 향후 유망산업인 유통부문의 선두업체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대우통신과 세진의 갈등이 비록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이에따른 후유증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게 관련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그동안 양사의 힘겨루기로 세진에 컴퓨터 주변기기 및 각종 부품을 공급해온 3백여개 관련 중소업체들은 세진의 자금난으로 연쇄부도의 위기감에서 헤어나지 못했으며 또 대량수요처인 세진에 제품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사업상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