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복제서 가상쇼핑 사기까지 "디지털 범죄 기승"

정보화 사회가 급진전되면서 전세계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신종 네트워크 통신 범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의 애널로그 개념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네트워크 사회의 범죄, 즉 「디지털 범죄」가 등장하고 있는것이다.

지난해 일본 한신 대지진 사건 때 국내는 물론 세계 모든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한 것이 재앙을 맞는 일본인들의 「침착함」이었다. 멀쩡한 대낮에도 강도 강간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서 유독 일본인들은 참화속에서도 별다른 절도 약탈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붕괴된 사무실이나 공중전화 부스에서 상당수의 공중전화기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언론이 미쳐 「추적하지 못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동경대 쯔기오 교수에 따르면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고장난 공장전화기에는 전화카드를 읽어내고 고쳐쓰는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이를 이용하면 전화카드를 변조할 수 있는 기계를 손쉽게 만들어 낼 수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암시장에서는 중고 공중전화기가 몇십만엔에 거래되는 현상까지 발생한다고 한다.

이같은 불법 복제 전화카드는 「공짜 사용」에 한정되지만 통신산업이 발전하면서 그 수준과 파급효과는 훨씬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NTT가 지난89년부터 실시한 「다이얼 Q2 서비스」가 네트워크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고있다. 이 서비스는 회사나 개인이 특정정보를 제공하는 전화번호를 설정, 그번호에 전화를 걸면 최고 3분에 3백엔까지 요금이 부과되고 일반 전화요금과의 차액은 정보제공 회사나 개인에게 돌려준다.

범죄자들은 이 서비스를 개설해 놓고 불법 복제 전화카드로 자신의 번호에전화를 계속하게 되면 시간당 1천엔가량을 NTT로 반환받는다. 몇사람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 하루 종일 불법 카드로 전화를 한다면 반환금으로 챙기는액수는 엄청나게 불어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70년대부터 국내외 전화를 자유롭게 「공짜」로 걸수 있는 소위 「블루박스」라는 장치가 나돌아 전화회사의 두통거리가 됐고 심지어 애플 창설자인 스티브 잡스도 한 때 이 장치를 제조 판매했다는 일화까지떠돌았다.

유럽에서는 휴대폰 도난 사건이 해마다 10만건 정도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전문 범죄조직에 의해 등록코드가 변조돼 암시장에서 팔리고있다. 이 때문에 부정통화로 입는 손실액이 유럽 전체로는 5천억원이 훨씬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도 있다.

휴대폰은 전화번호외에도 열자리의 식별 코드번호를 두고 이 두 개를 동시발신하면 접속하는 시스템이다. 범죄자들은 휴대폰의 전파를 도청, 컴퓨터로이를 해석해 그 정보를 집적회로에 삽입, 불법 제품을 만들어 낸다. 물론 요금은 휴대폰 정규 소유자에게 고스란히 부과된다.

국내에서는 이같은 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례를 아직까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껏 동전 대신 여타 물건을 집어넣고 공중전화를 부정하게 사용한다거나 이웃집 전화선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연결, 전화요금을 챙기는 「원시적 수법」이 사정당국에 적발돼 신문의 사회면에 등장하는 정도이다. 또최근에는 금융 전산망이 구축되면서 폰 팽킹을 이용한 금융 사기 및 절취가빈발,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엔지니어들의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범죄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것이조직화 대형화되는 것과는 별개로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화 및금융기관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 범죄는 인터네트쇼핑 사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인터네트에는 1만개 이상의 가상 상점(버츄얼 숍)이 성업중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원하는 물건을 검색,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 수 많은 사기사건이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직접 보거나 만져보고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상의 정보만으로 대금을 결제한다. 물론 결제는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와 암호를 제공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범죄꾼들은 이를 이용, 대금이 송금되면 이것만을 챙긴 채 「가게 문」을 닫는다. 또 통신망을 직접 도청, 신용카드 번호와 암호를 획득, 사기 행각에 이용하기도 한다.

인터네트의 가상 쇼핑숍은 누구나 개설할 수 있다. 대금 결제는 전송망을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범죄자들이 노릴만한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의 경우 만약 사기를 당한 제품이 공개하기를꺼려하는 포르노 관련 물건들일 경우 「하소연」도 하지 못한다. 물론 인터네트 쇼핑을 위해 정보통신 회사와 신용카드업체들은 보안을 강조한다. 이런류의 사기사건이 예상되기 때문에 마스타 비자 마이크로소프트등 내로라하는기업들이 공조,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지만 컴퓨터 해킹에서 보듯 완전한 보안 프로그램은 없다.

국내에는 인터네트 쇼핑 사기보다는 초보단계인 전화를 이용한 통신 판매사기가 많다. 구입한 물건이 당초제품과 차이가 나거나 아예 물건 배달도 없이 대금만 횡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네트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사기도「월드 와이드」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디지털 통신 범죄를 근절할 만한 뽀족한 대책이 없는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범죄 기법의 진전에 비해 수사 기법이 따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런류의 범죄가 최근에야 등장, 수사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한 것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선은 신종 범죄를 단죄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디지털문화시대의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윤리 교육은 대부분의 디지털 범죄자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범죄 의식이 없다는점에서 강조하고 있다.

또 각종 보안 프로그램에 대한 「과잉 홍보」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정성을 강조할수록 이에 도전하는 해커들의 의욕은 강해진다. 「슈퍼컴을동원해도 1백년이 걸릴 것」이라고 「호언」하던 아래한글의 암호도 무명의해커가 불과 며칠만에 해결했다는 것이다.디지털 통신 범죄는 그 충격파가사회 인프라에 직접 미친다는 점에서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