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耕碩 통상산업부 전자부품과 서기관
90년대 우리나라는 경제·기술·정치·문화예술·체육 등 모든 분야에 걸
쳐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하였다. 그야말로 세계의 중심이 극동
지역으로,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으로 옮겨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모든 국민
은 희망찬 21세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21세기에도 우리 경제에 무한한 활력이
공급되어야 하며 그것은 지속적 기술혁신에 의한 산업경쟁력 확보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에 기업이나 정부 모두 하드
웨어 기술개발에 의존한 산업발전 전략에서 소프트웨어적 기술개발을 통한
발전전략을 강화함으로써 21세기 산업발전에 필요한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우리들은 그동안 매우 절박한 상황에서 경제성장의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하여 왔다. 그 결과는 「세계 몇위를 차지하고 있음」으로 정리되었다고
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발전전략으로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적 기술개발
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소프트웨어적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느냐 하는 데에 있다. 개발대상도 달라진만큼 방법도 새로
워져야 한다. 그것은 사고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하며 그 변화는 기술개발 환
경을 총체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어야 한다.
총체적 기술개발 환경개선이 중요한 까닭은 한 국가의 기술수준이 기술개
발을 맡고 있는 연구원, 기술자 등 기술개발 인력들의 능력에 의해서 결정되
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제반 제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좋은 연구결과를 못내던 연구원이 외국 연구소로 옮긴
후 훌륭한 연구성과를 올리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기술개발 환경의 개선이란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지향적 사고를 확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사회규범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과학적·논리적 생활태도를 배양해
야 하며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항상 A와 B 중 어느 것 하
나를 선택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경험적으로 사로잡혀 왔다. 흑백논리적 질문
과 획일적 답변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A와 B가 각기 다른 특징을 갖는다는 다원적 사고방식
을 발전시킴으로써 소프트웨어적 기술개발에 중요한 사고적 밑거름을 마련해
야 한다.
이와함께 합리적 기술개발 환경 및 기술개발 지원제도를 확립하는 일도 중
요하다. 오늘날 기술, 특히 전자기술의 발전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토
양을 제공한다. 따라서 기술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
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것은 사회전반에 합리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제도는 물론 관례까지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에 정부역할의 중
요성이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내의 기술개발지원 환경변화가 선행되어야 하
며 그것은 전문가를 육성함으로써 가능하다.
민간주도 경제체제가 강조되면서 여러 분야에 걸쳐 민간 전문가들의 활동
이 왕성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정부내에도 이들에 상응한 전문인력을 육성하여 기술행정의 전문성과 효율
성을 제고시켜 나간다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합리적 기술개발 환경을 조
성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적 기술산업의 발달과정은 우리가 하드웨어산업을 육성하는 동
안 쌓아온 경험을 하나씩 타파해 나가는 힘겨운 여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에 얻은 성과를 자랑하기보다는 겸손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민간의
끊임없는 자기혁신의 노력만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장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