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전화 지역번호 광역화 논쟁 가열

한국통신이 추진중인 시외전화 지역번호 광역화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통신업계를 또한번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사용중인 1백44개의 지역번호 체계를 15개 번호로 광역화하는 내용을골자로 하는 한국통신의 번호체계 개선계획이 발표되면서 통신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공방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역화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한국통신과 데이콤 등 양대 통신사업자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전문가들을 대리인으로 동원해 자기측에 유리한 논리를 개발토록 하는 등, 지역번호 광역화를 둘러싼 찬반논쟁은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시외전화 지역번호 광역화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찬반 논쟁의 핵심은 표면적으로는 「국민 편익」이다.

광역화를 주장하는 측은 광역화가 국민편익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반대하는 측은 「국민들의 정보통신 이용 환경을 오히려 열악하게만들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통신의 주장은 이렇다. 『광역화는 시대적인 흐름이다.우리나라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 굳이 전국을 1백55개 통화권으로 잘게 쪼개서 복잡한 번호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특히 통일시대를대비해 북한 지역에 필요한 번호자원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광역화가 유일한대안이다』 이번 광역화 논의를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정보통신 이용환경을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달라는 게 한국통신의 논리이다.

광역화 반대대열의 전면에 서있는 데이콤의 논리는 같은 국민 편익을 얘기하면서도 사뭇 다르다.『번호 체계의 변경은 경쟁과 시장구조의 변화,막대한전환비용,이용자의 혼란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현재의 번호체계로도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는 그리많지 않다.한국통신의 광역화 논쟁은 경쟁 사업자를 고사시키기 위한 영업전략에 불과하다』 데이콤은 한국통신에서 주장하는광역화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시외전화 부문의 경쟁 도입 실험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벌이는 논쟁의 대부분은 「국민편익」이라고 하는 다소간추상적인 부분에 집착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번 광역화 논쟁의 실체를 한꺼풀만 벗겨내면 전체 기본통신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사업자들간의 치열한 전략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있다.

우선 광역화를 추진하는 시점이 문제다.말 그대로 국민 편익을 위한 조치가 시외전화 서비스 부문의 경쟁이 도입된 지 4개월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불거져 나왔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충북대 조용환 교수는 이와 관련,『같은 도내에서 지역번호가 필요없는 단일 통화권이 형성될 경우,시내와 시외전화의 구분이 불명확해지게 되고 이는결국 시내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이번 한국통신의 광역화 계획에는 독점 상태인 시내요금을 올리고 경쟁부문인 시외전화 요금을 대폭 인하시켜 시내외 모든부문에서 실질적인 독점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저의가 숨어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통신사업자들조차 이번 광역화계획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이들 역시 시내 구간 요금이 인상될 경우,필연적으로 한국통신에 지불해야하는 시내망 접속료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번호 광역화를 둘러싼 사업자들간의 찬반 논쟁은 한국통신이 가장 거론하기 싫어하는 사안중의 하나인 「공정 경쟁 문제」,더 나아가「시내망 사업의 독립 문제」까지 비화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