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SW산업을살리자 (14);캐드캠

컴퓨터지원설계·생산(CAD/CAM)은 기존의 모든 작업을 종이 도면에 의존하던 것과 달리 전자설계와 기계공구를 이용하는 기계적 생산과정이라 할 수있다.

캐드캠분야의 국내 산업수준은 걸음마 단계이다. 성장잠재력은 90년대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싹은 이제 막 트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분야가 더성장하기 위해서는 산·학의 연계작업은 물론 정부의 관심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캐드캠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최소한 5백억원을 넘어설 것으로추정된다. 그러나 유관분야인 그래픽과 응용분야인 가상현실(VR)분야까지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1천억원대로 확대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최근 조사자료에 따르면 90년대 들어 국내 캐드캠시장은 연간 84.6%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시장상황을 보면 93년 1백11억원이던 것이 94년에는 2백12억원으 1백%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에는 3백80억원 규모로 팽창했다.

캐드캠분야 매출이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3년4.3%에서 94년 4.7%로 증가했고 95년에는 다시 6.1%로 늘어났다. 올해는 7%대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캐드캠 소프트웨어시장은 금액면에서 전체 80% 이상을 오토데스크 등 외국회사 제품이 점유하고 있어 국산 제품의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캐드캠 소프트웨어의 기술추세는 개방형 멀티 플랫폼 환경으로 급속하게 이행하고 있다. 오토데스크 등 세계 유수의 소트프웨어 개발회사들은기존에 PC 또는 유닉스기종 전용 하드웨어 위주의 패키지 공급에 치중해왔으나 개방형 시스템 기술의 부상에 따라 최근 1∼2년 사이 어떤 플랫폼에서나동작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하드웨어와 중요한 연관성을 놓고 관련 업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고군분투하여 독자 기술을 확보한 업체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대표적인 업체와 제품으로는 큐빅테크의 「Z제브라」, 정소프트의 「스파이더」, 서두로직의 「마이캐드」, 삼성전자의 「매직캐드」, 상산테크의 「윈캐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Z제브라」는 큐빅테크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 프로젝트로 개발한 캠 개발도구로 현재 이 분야 국내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소프트의 「스파이더」는 인쇄회로기판(PCB)설계용 캐드로 소프트웨어공모전 등에서 다양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시장에서 외국 제품과 경쟁, 상당한 위치를 확보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전자자동화(EDA)로직분야 선두업체인 서두로직의 「마이캐드」는 국내에서보다 미국시장에서 먼저 발표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 삼성전자의 2차원(2D)캐드 「매직캐드」와 상산테크의 「윈스 케메틱」 등도 국내 시장에서 확실한 시장위치를 확보해 놓고 있는 제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산 캐드 개발노력은 90년대 들어 본격화했는데 시기적으로는 불과 5~6년정도밖에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품이 어느 정도 지명도와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나 지원보다는 개발업체의 홀로서기 결과였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들 개발업체 관계자들은 『캐드프로그램 개발업체를 경영하면서 지금까지 정부나 정책의 지원없이 망하지 않고 버텨온 것 자체가 큰 성공』이라며 척박한 국내 토양을 아쉬워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로서는 선진국의 두터운 개발인력층과 10~20년 간의 연구기간 등이 바탕이 돼 개발된 외국 제품과의 경쟁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수요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우선 검증된 만큼은 이들 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저희가 직접 개발한 제품을 시험 삼아 사용해보라고 대학의 관련학과와사용자기업 등에 기증하곤 했습니다. 인정을 해주지 않더군요. 인증을 받기위해 며칠을 세워가면서까지 보완작업을 해준 적도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겪은 후 차츰 제품에 대한 인정을 받아나갔지요.』

캠소프트웨어분야에서 국내시장 최대의 점유율 신화를 만든 큐빅테크 김종삼 사장이 초창기 국내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했던 기억담이다.

EDA로직개발도구 전문업체인 서두로직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서두로직은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시장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국내시장에서그 성가를 높인 경우에 속한다.

EDA로직분야는 특히 향후 우리나라가 지향해야할 주문형반도체(ASIC)설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기술층이 엷어 외로운 연구개발작업을 해야 하는부분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서두로직의 유영욱 사장은 정부의 캐드캠 관련정책에대한 지원은 전자관련학과의 기초교육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대학의 전자관련학과에서 4년을 수학했다고 하지만 기업에 입사하면 전원 재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는 현업에 당장 써먹을수 없는 교육내용이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됐죠.』

서두로직은 현재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양대 등 전국 10여 대학의 대학원생들과 전자설계에 대한 모임과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자구책에나서고 있다.

한편 캐드캠분야 업체들은 하드웨어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스템통합(SI)처럼 고부가성 사업창출 위주가 아닌 패키지 매출에의존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외형 매출이 크지 않을 뿐더러 아직은시장규모가 작아 수익성도 신통치 않다는 얘기이다.

이 때문에 캐드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최근 외형을 늘리기 위해 SI차원의 사업을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하다 또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는 사실이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본류인 캐드캠 분야를 지키겠다는 몸부림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일부업체의 부도나 경영난과 관련해서 보면캐드캠업계에 대한 근본적인 부양책 마련은 하루가 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