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시장도 "먹구름"

지난해 세계유력업체들의 대대적인 신·증설 붐에 힘입어 70%에 가까운 유례없는 신장세를 보였던 세계 반도체장비시장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최근 한국 반도체 3사를 포함해 인텔·SGS톰슨·TI 등 21개 미·유럽·한국 유력반도체업체들의 설비투자계획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높은 성장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한국을제외한 대다수 지역의 설비투자 성장율은 한 자리수에 머물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따라 96년 세계반도체 장비시장은 전년(2백40억 달러)보다 30%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던 당초 예상보다 크게 밑도는 20% 이하대의 성장을 보일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본·미국의 상당수의 업체들이 D램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인한 경기위축에 따라 올 투자계획을 수정할 움직임을보이고 있어 장비시장 신장율이 이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SEMI가 21개 업체를 대상으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 미주지역의 반도체설비투자는 71억달러로 전년(81억달러)보다 12%정도 줄어들고 유럽은 23억달러로 5.6%의 증가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전년보다 무려 40%이상증가한 58억달러로 조사됐으나 최근의 경기위축세를 고려할 때 이같은 투자가 수정없이 집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95년 79억달러로 전년보다 80%에 이르는 고성장을 기록했던 일본은 이번 조사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잇따른 투자계획 취소로 올 성장율은 당초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10%대에머물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의 반도체장비 B.B율(출하액 대 수주액)은 1.15였으며 올들어 평균1.25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나 2.4분기 이후에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관계자들은 『통상 반도체 경기위축은 일차적으로 투자위축을 불러와장비시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지만 경기가 좋지않을 때 투자를 감행하는업체들이 성공한 전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장비시장 상황으로 그대로 연계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장비시장의 경기변화는 2.4분기가 지나봐야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