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송신탑과 쇠말뚝

전북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李門浩

요즘 중앙일간지나 TV에는 한결같이 CT2·TRS·PCS와 관련, 「세계에서 최초로 CDMA 디지털 1백% 이동전화 성공」이란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그것도신문의 경우에는 전면 광고다.

정보통신부에서 6월 신규 통신사업자 발표를 앞두고 사업자 중복신청과 1백21개사 탈락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은 대기업 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대로 정보통신 신규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신경전이 한창이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정보통신부 청사는 기업체들의 각축전 열기로달아오르다 못해 이제는 「땅」이 울리고 있다.

지난 4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디지털 이동전화가 개통될 때만 하더라도 우려 반 기대 반이던 통화완료율이 93% 접속률과 올 7월 가입자 10만명육박을 앞두고 있어 일단 성공적이란 평을 받고 있다.

95년말 현재 전국 삐삐 가입자는 1천200만대이고 이동전화는 2백40만대인데 2002년 쯤이면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를 포함해서 약 1천3백만대로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가히 이동전화 천국이다. 그러니 기업에서 정통부 건물을 향해 고사를 드리다 못해 매스컴 광고로 사세를 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화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쾌적한 삶의 질을 추구하게 돼 개인의 욕구다양화와 사회경제 활동의 증가로 사회는 급격한 멀티네트워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정부와 업계·학계도이제는 조금 숨을 돌리고 정보통신기술에 대하여 뒤돌아 볼 때가 온 것 같다.

100년 전 산봉우리마다 봉수대를 올린 그 자리에 마이크로웨이브 안테나나방송국 안테나를 세웠다. 산봉우리의 송신안테나는 모두 경부고속도로나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서울 남산으로 진입하는 데 봉수대는 돌담을 쌓아 망루를만들었고 송신탑은 철탑을 세운 것이 차이점이다. 그러나 돌담은 자연을 어느 정도 보호하지만 철탑은 자연을 파괴한다.

6월 중순이 되면 신규통신 사업자가 발표되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 산과 시내 요지마다 안테나를 증설할 것이다. 95년말 현재 이동전화 및 삐삐 기지국 안테나수는 약 1천600개이고 디지털 CDMA 이동전화 기지국 안테나수는 서울 1백18개, 대전 14개이다.

신규로 허가되는 통신사업인 CT2·PCS·TRS 등을 고려하면 기지국 안테나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안테나를 산에 세울 때마다 산이 울려 자연은 파괴된다.

이제는 자연을 보존해 가면서 안테나를 세울 때다. 미국이나 독일 등을 보더라도 이동통신용 기지국 안테나를 건물에 세울 때는 건물의 색깔과 주위환경에 맞게 하나의 조각품으로 세우고 산에도 산 정상을 피해 7∼8부 능선에자연환경용 안테나를 설치한다. 우리나라는 기계적으로 하나같이 주위환경과불균형을 이루는 로봇 팔과 같은 안테나를 세운다.

일제시대는 정기가 있는 산 정상마다 쇠말뚝을 박아 기(氣)를 끊었고 이제는 산 꼭대기마다 「안테나」 철탑모자를 씌워 기를 끊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해답은 안테나를 적게 세우는 일이다. 같은지역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안테나를 공통(Common Pool)으로세우고 통신회사의 서비스 전략에 따른 지향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또 시내건물 옥상 위의 기지국 안테나는 주위 건물 색깔과 형태가 맞는, 즉 임피던스 매칭(Impedance Matching)화한 그린(환경)안테나를 세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정통부의 「땅」과 우리 산의 「땅울림」을 최소화할 수 있고대대로 땅심(地氣)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