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표준 인터넷 클라이언트플랫폼 규격으로서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각각 제안한 「NC(Network Computer)」와 「SIPC(Simply Interactive PC)」가 최종 물망에 올라있다.
두 규격은 기존 PC·인터넷·일반가전제품등 3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다는 개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생산협력 및 유통업체들과 사용자들의 이해가 직결돼 있는 기능 통합 및 구현방법에서 두 규격은 서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NC」와 「SIPC」가운데 하나가 승자로 낙점을 받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선발인 오라클의 「NC」가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점령하고 있다. 오라클로서는 지난 20일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중대발표(본지5월 20일자 8면 참조)가 MS를 초기 제압한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평가다.
이날 오라클은 MS에 본능적 으로 경쟁의식을 품고 있는 IBM·선마이크로시스템즈·네트스케이프·애플등 4사를 전격적으로 끌어들여 자사가 제안한「NC」플랫폼 규격 합의를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이 보급된 윈도 기반 PC고객의 잠재적 지원을 얻고 있는 MS의 「SIPC」 추격도 만만치 않다. 잠정적 결론으로는 당분간 「NC」가 앞서갈 것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SIPC」의 강세가 이어지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NC」와 「SIPC」 대결은 특히 인터넷 시대를 뒤흔들 수 있는 컴퓨터업계 패권을 누가 선점하느냐는, 기업간 또는 기업블록 간 전쟁으로 묘사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테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기반의 서버분야 블록(오라클)과 윈도 기반의 데스크톱 분야 블록(MS)이 새 시대를 앞두고 거쳐야 할 건곤일척이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오라클이 선·네트스케이프 등을 끌어들인 것을 놓고 전문가들사이에서는 『MS 공동전선 또는 포위 전략』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오라클은 선·네트스케이프·IBM등이 주축을 이룬 유닉스서버 그룹을 대표하는 선두주자이고 MS는 데스크톱에 이어 유닉스서버 분야를 잠식해가고 있는 「윈도NT」그룹의 맹주인 셈이다. 「윈도NT」그룹엔 「SIPC」규격에는 현재 컴팩·인텔·도시바·피닉스 등이 지원을 약속해놓고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본다면 「NC」와 「SIPC」의 대결에서 「NC」가패할 경우 클라이언트서버 시장을 주도해온 유닉스서버 그룹의 입지는 급속도로 줄어들수 밖에 없다.물론 「SIPC」가 패할 경우는 그 반대의 현상이 올것 임은 물론이다.
전문가들은 「NC」와 「SIPC」 대결에 최대변수는 앞에서 지적했듯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개발사등 협력사와 유통공급사 등의 지원 여부가 될것으로 보고 있다. 즉 자사 규격에 준수하는 제품 개발에 나서줄 협력사들과판매사들이 얼마나 많느냐에 따라 대세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협력사들은 사용자들이 어떤 규격을 더 선호하느냐에 따라 개발생산할 규격을 결정하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
한편 「NC」와 「SIPC」의 표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에서는 유일하게 LG전자만이 「NC」측의 기술협력사로 포함돼있을뿐 나머지는 아직도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과 대만의 회사들의 경우 대부분 「NC」규격을 지원하고 있어 대조가 되고 있다.
오라클이 최근 발표한 14개 「NC」생산회사에는 일본 3사(아카이·미쓰비시전자·유니덴)와 대만 5사(테코·다퉁·에이서·마이텍·라이트온)를 비롯 중국(후나이)과 싱가폴(워니스)이 각각 1사 등 아시아계가 3분2를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