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에어컨..1조규모 시장 "생필품으로 정착"

에어컨은 이제 국내에서도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상기온」이나 「기상이변」이란 말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은기후 특성상 에어컨 보급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시장으로 인식돼 왔다.

2∼3개월에 불과한 짧은 하절기에 예외없이 닥치는 장마철과 휴가기간을제외하면 비싼 값을 주고산 에어컨을 쓸만한 시간이 그리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68년에 국산에어컨이 등장한 이후 80년대까지 에어컨 보급률은7∼8% 불과할 정도로 고급 사치품이었다. 그러나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증가로 90년대들어 에어컨은 유망가전제품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92∼93년의 극심함 침제수렁을 빠져나와 94년 폭서이후 폭발적인 수요신장세를 기록하며 사치품이란 굴레를 거의 벗어나고 있는상황이다.

94년 40만대를 공급했던 에어컨 업계는 지난해는 총 80만여대를 공급 1백%의 신장세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최소한 작년 수준의 현상유지 또는 무더위가닥칠 경우 최대 1백만대까지 수요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보급률은올해 20%에 육박하게 된다.

연속 2년동안의 활황세에 따른 대기수요 흡수와 확신할 수없는 기상예보로인해 3년연속 호황여부에 대해 다소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에어컨업체들은예년보다 일치감치 더위가 닥치자 올해 시황전망에 안도감을 표시하는 눈치다.

지난해에 이어 에어컨시장의 특징은 기술보다 마케팅능력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특히 작년말부터 시작된 예약판매는 이러한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에어컨에 공기정화기능등 부가기능을 첨가 복합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는데 업계 상품기획자들은 『용도를 확대 계절상품의한계를 극복하기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있다.

에어컨은 산업적측면에서 효자상품을 넘어 컬러TV·냉장고등 주요가전제품이 보급률이 1백%를 넘어 수요포화상태에 직면한 가전산업계를 지탱해주는새로운 기둥이자 희망으로 인식되고 있다.

내수시장규모는 이미 1조원(소비자가 기준)에 육박 세탁기·전자레인지등을 압도적으로 추월했으며 최근의 추세라면 냉장고를 제치는 것도 시간문제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 또한 지난해 전년보다 54%증가하면서 3억달러를 돌파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따라 에어컨시장은 LG·삼성·대우 3대 가전메이저와 만도기계·범양냉방·두원공조·경원세기를 포함한 7대업체의 점유율경쟁이 한여름 무더위만큼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연생산능력 1백50만대를 자랑하는 LG전자는 올 시장점유율을 최고 40%로잡고 2위 삼성전자를 완전히 따돌리겠다는 계획이며 수출목표도 80만대로잡고있다. 사업다각화전략의 일환으로 에어컨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만도기계도 올해 14만대를 공급,대우케리어로 부터 룸에어컨을 공급받고 있는 대우전자를 제치고 「빅3」로 진입한다는 야심이다.

또한 범양·두원·경원세기등 공조기기전문업체도 공급목표를 작년보다 30∼50%가량 상향조정하고 유통망 확대 ·광고판촉강화등 전례없이 활발한움직임을 보이며 입지확대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그러나 총체적인 시장확대로 인해 가전·공조업체 모두 높은 신장률은 기대 되지만 생산력·기술·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전문업체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러한 메이저리그의 혼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틈새시장을 겨냥 중소전문업체들이 에어컨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수입가전사업을 기반으로한 진산전자는 유럽형 이동식 에어컨 자체개발하고시판에 나섰으며 전장품생산업체인 헵시바산업도 산업용 이동형 생산에 나섰다. 헵시바는 내년중엔 가정용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광주지역 기반을 둔 공조기기 부품업체 나나냉열도 공기청정기와 패키지 에어컨을 자체 개발하고 에어컨 시장에 참여했다.

대기업과 공조전문업체들의 시장선점경쟁이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이들업체들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대기업이 손데지 않는 틈새시장 어부지리를 할 수있는 가능성도 적지않다.

여기에 마쓰시타· 미쓰비시·산요등 일본산 제품과 미국및 유럽산 수입가전업체들이 유명브랜드를 부착해 공급하는 에어컨도 성수기를 앞두고 명함을내밀고 있어 올여름 국내 에어컨시장은 다소 혼전양상까지 띨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에어컨산업의 이러한 양적 급팽창은 몇가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 지난 94년부터 에어컨은 여름철 전력난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안은 업계나 정부 모두가 책임을 소재를 전가한채실마리를찾지 못하고 매년 아슬아슬한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컴프레서등 핵심부품과 인버터(냉방능력 가변형)에어컨· 4계절용 히트펌프·대체냉매 에어컨 등 첨단제품에 대한 독자기술력 확보도 시급한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투자비를 회수할만한 안정된시장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사업수익성 제고나 해외시장개척및 선진국의 특허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내업계가 회피할 수없는 숙제들이다.

에어컨이 생필품으로 정착되고 있는 최고의 호기를 맞아 에어컨업계는 계절상품의 한계를 극복할 수있는 기술력과 함께 유연한 마케팅능력을 동시에시험받고 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