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에어컨..해외시장도 뜨겁다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내만이 아니다. 전세계적인 이상기온현상과 개발도상국가를 중심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시장에서도 에어컨 보급 붐이 일고 있다.

95년말 기준으로 전세계 에어컨 시장은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한 2천4백만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시장 현황은 일본과 북미시장이 전체수요의 50% 이상 차지할만큼 지역적 편중이 심했으나 최근 중국·동남아·중동·유럽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잠재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92년부터 소득수준이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연평균 70%의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전체보급률은 2%에도 못미치지만 상해·광주 등 주요 상공업 도시의 보급률은 20%에 육박할 정도다.

현재 중국에는 3백여개 생산업체가 가동중이며 지난해에는 4백여만대가 팔려 북미시장을 능가했다. 그러나 높은 관세장벽과 유통상의 문제로 밀수품을제외한 수입제품은 1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신흥개발도상국과 베트남·미얀마 등 잠재시장이큰 동남아도 아열대 기후조건과 생활수준향상 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유망에어컨시장으로 주목을 받고있다.

현재 2백만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 이 시장은 오는 2000년엔 무려 7백만대 수준으로 급팽창, 연간수요 8백만대의 일본시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중동시장도 대용량 고급제품 위주로 수요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에어컨 수요가 미미했던 유럽도 최근 이상기온으로 지중해연안의 남부유럽을중심으로 에어컨 보급이 활기를 띠는 등 전세계적으로 에어컨 보급열기가 무더위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한 세계시황은 국내 수요기반이 불안정한 국내업계가 지속적인 성장을위해 놓쳐서는 안될 호기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국산 에어컨수출은 지난92년을 기점으로 급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95년엔 전년보다 54%가 증가, 3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러한 실적은 아직 컬러TV·전자레인지·냉장고에는 뒤지지만 성장률은 가전제품중 최고를 기록하며 일약 수출유망품목으로 부상하고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부업체가 세계최고의 기술력과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향후 현지에서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양적인 수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내실을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고급형 컴프레서를 비롯한 핵심부품의 상당량을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채산성이 낮고 주문자상표부착(OEM)비중이 40%가 넘어브랜드이미지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에어컨산업이 보다 탄탄한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국내시장뿐만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이 요청되고 있는 시점이다.

[인터뷰] 신문범 LG전자 에어컨수출실장

"여름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간다"

『에어컨수출엔 국가별로 많은 노하우 축적이 필요합니다.』LG전자의 에어컨수출을 총괄하고 있는 신문범 실장은 에어컨 수출에는 예기치못한 복병이 많아 선적을 하고난 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에어컨수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국내 에어컨시장이 침체수렁에 빠지면서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던 지난 92년 에어컨수출실장으로 부임한 후 그는 지난 3년간 전세계 70여개국을 돌면서 시장개척을 진두지휘했다. 그의 숨가쁜 해외활동을 입증이라도 하듯 항공사 보너스 카드엔 유럽왕복티켓을 4장정도 얻을 수 있는 40만마일이 찍혀있다.

『에어컨수출은 확신하기 어려운 기상예측을 전제로 주문 및 원자재확보·생산일정 등에 대한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하는 도박성이 있어 그 어떤 제품의 수출보다도 치밀한 사전준비와 예측능력이 필요하다』고 산 경험을 통해얻은 교훈을 집약했다.

신실장은 최근 LG전자의 일본시장 진출 움직임과 관련 『일본에 에어컨을수출하는 것은 에어컨 종주국에서 경쟁력을 검증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한 바이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만달러의 운반비를 들여 비행기로 에어컨을 공수한 경험담을 회고하면서 기업의 신뢰도와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