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을 타고 전해진 미국 정부의 암호 기술 관련법 제정에 대한 짤막한 기사는 전세계 인터넷 네티즌 뿐 아니라 관련 기업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백악관의 한 당국자가 밝힌 내용은 미국 정부가 「클리퍼 3.0」으로 잠정명명된 새로운 인터넷 암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법안의 핵심은 40비트 이상의 암호기술을 미국외 지역에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한 기존의 법률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정부의 「진의」를 두고 암호기술 수출 규제를 철폐한 대신 음란물 규제를 적시한 개정 통신법과 마찬가지로 이를 통해 새로운 인터넷 규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은 인터넷 인프라 확충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기술은 인터넷 통신뿐 아니라 확산일로에 있는 가상 쇼핑등 전자 상거래에는 필수 요소이다. 기존의 컴퓨터 및 통신부문 해킹은 모두 이 암호기술을 대상으로 도전, 이를 「해결」한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 결제를 주요 수단으로 하고 있는 「가상 쇼핑」은 해커들의표적이 되고 있고 현재로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완벽한 방패(암호기술)를찾을 수 없어 전전긍긍해 왔다.
암호기술의 복잡성은 비트 단위로 표시되고 비트수가 클수록 해독이 어렵다. 미국내에서는 지금까지 56비트의 암호가 사용되어 왔지만 미국외 지역에서는 40비트밖에 쓰지 못했다. 암호기술 상품화의 주역이 미국기업들이고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한 수출을 엄격하게 규제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암호기술이 단순히 인터넷의 네티즌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 관련 부문에도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미국정부의 처사에 그간 별다른 이외를 제기하지 못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40비트 암호는 이미 프랑스의 한 정보기관이 해독을 완료했다는 이야기도있어 안정성을 보장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 수년전 일본에서 수출하는액정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덤핑관세 부과 조치를 추진했으나 사전에 기밀이 누출, IBM등으로부터 철회를 요구 받고 이에 굴복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들어서는 주로 미국 기업들이 암호기술 수출 규제 ㅊ폐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오라클의 잭 패릿지 부사장은 『(암호기술) 수출 규제는 냉전시대의 유물이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등 일반 소비자의 거래도 세계화되고 있는 시대에 걸맞지 않는 제도이다. 현재 관련 미국 기업들이 정부에 대해 수출 규제를 철폐하도록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56비트의 암호기술을 미국외 지역에 수출 하도록 규제를 철폐한다면 인터넷의 보안 문제는 획기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 상거래에서는 엄청난 「원군」을 맞게 되는 셈이며 활성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해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공공 전산망이나 우리 정부의 행정 전산망등에도 보안 장치가 훨씬 고기능화될 것이다. 또 국내 정보기관이 현재 몇비트의 암호기술을 사용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만약 40비트라면 이 역시 미국 국방부 수준의 암호기술을 도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독점적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암호기술 수출을 아무 조건 없이허용한다면 인터넷 보안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지만 업계의 요구에 밀려 단순히 규정만 철폐한 채 이에 따른 세부 조건을 규정, 사실상의 제한 수출로 방향을 바꾼다면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