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라.」
가전시장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과 함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가전제품 상품기획 담당자들의 고민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국내 가전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기본 개념에서부터 설계·금형까지 바꿔내놓는 완전한 신제품 3년 주기로, 디자인 및 부가기능을 개량한 신모델은 1년 주기로 단축된 지 이미 오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신제품의 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 및 생산은 물론디자인·마케팅 등 전과정에 걸쳐 해당부서와 조율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품기획팀은 연중 숨돌릴 틈이 없이 빠듯한 일정이 반복된다.
예를들어 연말·연초에 신제품을 발표하는 냉장고의 경우 상품기획팀은 이미 후속 신모델이나 신제품 기획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당해년도 여름에 판매할 에어컨은 그 전해 늦가을에 생산에 들어가며 신모델·신제품 개발은 다시 그보다 6개월전에 완료해야 한다.
여기에 해외동향이나 경쟁사의 신제품 정보를 입수하고 출시된 신제품에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하는 작업도 빼놓을 수없다.
이러한 상황은 외국업체들로부터 국내 가전업체가 시장 대응력이 기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상품기획자들 스스로가 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고있다.
우선 1년 단위로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짐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역량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들어 첨단 디지털기술을 바탕으로 신개념이 제시되고 있는 AV기기와는 달리 기본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 전기제품은 기본 기술보다는 편리성·부가기능 등 가시적인 변화추구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가전상품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중압감으로 인해 경쟁사나 외국제품의 아이디어를 모방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 신제품은 아직까지 국내업체에 참고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부족한 시간과 함께 인력문제도 심각하게 제시되고 있다. 상품기획팀의 역할과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는 반면 유능한 상품기획자의 육성과 충원은더디다는 지적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상품기획의 업무 성격상 다양한 지식과 광범위한능력이 요청되고 있어 제 몫을 해내는 기획자를 확보하기는 수월하지가 않다』며 『또한 중장기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경영층의 판단으로 인해 인력공백이 생겼을 경우 생산이나 영업부서에 비해 충원이 느리다』고 설명했다.
상품기획자들은 상품기획팀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로 매출 신장의공로는 영업부서로 돌아가고 부진의 책임은 상품기획팀으로 돌아온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더 이상 가시적인 경쟁보다는 기본기능과 내구성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할 수있는 시장환경 조성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