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量보다 質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강력히 펴던 시절, 수출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 다급한 나머지 제품대신 쓰레기를 넣어 수출했다는 보도가 화제가된 적이 있다.

당연히 발주처에서는 곱게 포장된 박스에 쓰레기만 수북히 쌓인 것을 보고클레임을 거는 등 한바탕 난리를 쳤으며 물건 대신 쓰레기를 넣어 수출한 기업은 차후에 물건값의 몇 배를 물어줘야만 했다. 모든 것을 양으로만 평가하던 시대에 있었던 해프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3년 이래 세계5위의 산업재산권 多出願국가로 부상했다.

특히 자동차부문의 특허출원 건수는 자동차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자동차 3사의 특허출원건수는 1만6천3백95건(실용·의장·상표권 제외)으로 같은 기간중 2천7백7건을 출원한 독일 자동차업체보다몇 배 이상 많다. 특허출원건수로만 단순히 비교하면 우리의 자동차 기술수준이 대표적인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을 앞지르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관련기술이 독일을 앞섰다고 평가하는 사람은아무도 없다. 특허출원 건수가 기술력을 평가하는 척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접회로 제조에 대한 킬비(Kilby)특허처럼 매년 수천억원의 돈을벌어다 주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특허가 있는 반면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는특허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만큼 특허의 가치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출원건수가 많은 국내 자동차업체의 기술력이 독일을 앞섰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제출원특허(PCT)는 1백89건(자동차 포함)에 불과하다. 출원건수는 많으나 꼭 필요한 「알짜특허」는 없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배워 인간의 행복과 세상의 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엔지니어들만이라도 量보다 質에 비중을 두고 연구개발에 정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