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MD램의 가격 급락세에 대응해 하반기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15% 정도감산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최근 발표에 업계와 정부는 물론 관련 유통업계와소비자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D램 반도체 공급업체인 삼성의 이같은 발표가 있은 직후 용산등 유통가의 D램 시세가 소폭 반등세로 돌아서 일단은 효과를 거둘 것 같은느낌이다.
그동안 계속되는 D램 가격 속락사태에 대응키 위해 반도체업계 대표들은최근 통상산업부장관과 만나 허심탄회한 대책을 강구했으며 사장단들 간에도이의 실천을 위한 적극적인 만남이 있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이번 D램 감산 발표는 이같은 협력모색의 와중에서 처음 나온 가시적인 선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발표 내용은 「감산」이 아닌 「동결」로 다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뒤따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삼성의 공식적인 16MD램 생산량은 월 1천2백만개지만 수율과 웨이퍼 투입량등을 감안하면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텐데 이미 생산할 만큼 생산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생산량을 동결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후발업체들은 최소한 월 1천만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물량동결에 참여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삼성이 삼성이 더 이상 증산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이다. 삼성의 물량동결이 나머지 업체들의 행보를 조절하는 데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후발 업체들이 비록 당분간은 업체별로증산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경쟁적인 물량증산을 자제토록 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D램 반도체시장의 가격속락 사태는 우리 정부의 개입이나 몇몇 업체들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 한동안 정부는 수출목표의 차질을 우려해 반도체산업에 적극 개입할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으나 규모나 상황면에서 정부의 의지대로 조정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 업체자율에 맡기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적인 D램 공급량 조절」얘기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며 말로만 합의를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지난 90년대 초반 반도체 경기가 어려울 때나 한국업체들이 미국으로부터 덤핑 제소를 당했을 때에도 이같은 얘기는 어김없이 나왔고 나름대로 대책도 강구됐으나 실제로 감산이라든지 업체간 생산관련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었다. 다행히 상황이 우리 업체들에 유리하게 전개돼 이같은 문제들이 호황이라는 단어속에 묻혀버리고 말았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한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작년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이 공급 1위를 차지했고 현대와 LG는 4위와 7위(히타치OEM공급분 제외)를 차지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90년대 초반과는 국내 업체들의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에 이어LG와 현대까지 물량조절에 나설 경우 국내 업체와 세계 D램시장을 양분하고있는 일본 업체들도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국내 업체가 그랬던 것처럼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증산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는 대만 등 후발업체를 제외한 메이저 공급업체들 모두가 손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가격 연착륙」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은 차제에 공존을 위한 협력체제 구축은 물론 일본 업체들과도시장다기기 차원에서 공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세계 D램 시장의 4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해 온것은 이같은 「정치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일 반도체업계는 D램 가격 진정을 위한 협력을 이끌어낸다면 이를 계기로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경쟁적 협력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