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섞어서 메모리 1만원어치만 주세요.』
요즈음 D램 가격이 폭락하면서 용산 등 컴퓨터·반도체 상가에서 이같은우스갯소리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1년 전만 해도 14만∼15만원을 호가했던 8MD램 모듈 값은 올들어계속 떨어져 지금은 불과 7만원 내외에 살 수 있다. 게다가 언론의 「포장」으로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낙폭은 한층 크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판매수익이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는 최대 호황일 때와 견주어서 그렇다는 것일 뿐 사실은 아직도 반도체업체들이 다른 업종에 비할 수 없는 「알짜배기」장사를 하고 있는데도 마치 곧 적자라도 날 것 같은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로 인해 속사정을잘 모르는 금융기관들이 반도체 장비나 부품·재료업체들에 대한 그동안의특혜(?)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사실 삼성·LG·현대 등 반도체 3社는 반도체 매출 하나만으로도 웬만한그룹사 매출과 맞먹을 정도의 외형을 갖추고 있으며 순익면에서는 그야말로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짭짤한 장사를 해온 터라 정책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별반 금융권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 매출이 잘해야 2백억∼3백억원대의 반도체 장비업체나 재료업체들은 공장을 증축하거나 사업을 확대하려면 대부분 은행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행히 최근 몇년간은 반도체 호황의 후광으로 금융계의 환대(?)를 받아 자금조달에 별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반도체경기 위축설이 나돌면서 갑자기 「경계대상」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갑자기 높아져버린 은행 문턱에 대한 업체들의 「양은냄비 인심」이라는볼멘소리 속에는 금융권에 대한 원망만 담겨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