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액정디스플레이(LCD)업계에 제품의 대형화 바람이 거세다. 바닥권에떨어져 있는 시장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샤프·히타치제작소등 주요 업체들이 설비투자계획,제품전략등 사업방향을 제품의 대형쪽으로 몰아가고 있는것이다.
특히 일부업체에선 데스크톱 PC용 모니터를 가시권으로 시장확대에 나서고있다. 물론 대형화는 예정된 흐름이다. 노트북PC용 모니터의 주력이 12인치형으로 이행되고 있고 데스크톱 모니터도 이전부터 개척대상이었다. LCD시장은 지난해이후 현재까지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질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형화가 LCD산업의 구세주가 될 지 그 어느때보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일본 주요 LCD업체들의 대형화를 중심으로 한 사업방향을 살펴본다.
지난달 일본의 주요 전자업체들은 일제히 지난 1년간의 실적과 함께 올 설비투자계획 및 사업목표를 내놓았다. LCD분야도 반도체 못지 않게 위축된 분야라 할 수 있다. 매출실적·투자계획등이 침체돼 있는 시황을 그대로 담고있다.
이에 따르면 샤프·히타치·도시바·NEC등 주요 LCD업체들은 대부분 지난해 결산(96년 3월마감)에서 매출이 전년실적과 같거나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업체인 샤프는 전년비 16.8%, 도시바는 9.1% 줄었으며 NEC와 히타치는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집계됐다. 후발업체인 마쓰시타만이 전년비 50% 증가,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 사업에 대해선 대체로 낙관적이다. 업체들이 올 매출규모를 전년비 15-4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프의 경우 전년비 22.7% 늘어난 2천4백억엔으로, 도시바는 15% 증가한 1천1백50억엔으로, 히타치는 전년비 41.6% 늘어 난 8백50억엔으로 전망,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올 설비투자계획은 지난해의 부진을 반영하듯 매우 위축돼 있다. 샤프는 전년의 절반선인 3백35억엔으로 줄었다. 도시바는 전년의 절반선에도 훨씬 못미치는 1백20억엔으로 낮아졌다. 물론 투자액을 늘리는 곳도 있다. NEC는 전년의 2배인 2백억엔을, 히티치는 전년보다 10억엔 많은 2백억엔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호시덴등 대다수 업체들이 전년실적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투자액을 낮추는 분위기이며 특히 지난해 급성장한 마쓰시타의 경우도 전년의 절반선인 70억엔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설비투자는 경기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이런 점에서 올 투자계획에 나타난 일본업체들의 투자심리는 상당히 위축돼 있으며 이는 향후 시황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사실 올 LCD 시황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노트북PC 수요의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더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 전망은 금액기준 생산규모의 감소로이미 맞아 가고 있다. 통산성 기계통계속보에 따르면 96회계연도의 첫 달인지난 4월 일본 국내생산액은 전년동기비 0.4% 감소한 4백2억8천만엔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는 전달에 비하면 무려 14.5%나 줄어든 수치며 이로써 국내생산액은 10개월 연속 전년동기실적을 밑돌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업체들이 존망을 걸고 대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수요의 70%를 점하는 노트북PC를 겨냥하고 있다. 즉 화면의 주력이 10.4인치에서 지난 4월을 기점으로 12.1인치로 이행하는 것에 대응한다.
또 시장확대를 위해 데스크톱 PC용 모니터도 시야에 두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첨단설비의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화에서 주목되는 업체는 샤프와 히타치, NEC등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데스크톱 PC용 모니터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을 끌고 있다. 샤프는 CRT가 지배하는 데스크톱 PC용 모니터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무기로 슈퍼트위스티드네마틱(STN)방식 LCD를 우선 선택했다. 그 이유는 CRT와의 가격차이가 STN(2배)이 박막트랜지스터(TFT 4배)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샤프는 이에 따라 STN방식에서는 최대인 17.7인치형을 포함 5개종의 양산에 착수한다. 5개종 합계 월간 20만대를 생산할 계획인데 우선은 10월경 16인치형 CRT에 해당하는 13.8인치형을 시장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샤프는 TFT LCD전용으로 지은 미에공장에 STN방식 LCD 양산라인을 준비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히타치의 전략은 매우 과감하다.
과도기설비를 뛰어넘어 업계 최대의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LCD생산라인을지바縣 모바라市 새 공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새 라인에 채용하는 유리기판의 면적은 6백60x8백30mm로 종전 최대 기판의 약 1.5배이다. 데스크톱 모니터로 사용되는 17인치 LCD를 4매나 생산할 수 있다. 히타치는 이를 통해 노트북PC용 LCD에서의 부진을 데스크톱용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히타치가 도입하는 기판은 업계최대지만 독자적인 사양으로 설비투자의 부담경감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샤프·NEC등 관련업체들이 추진해 온 크기표준화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신중론을 내세운 NEC도 대형화투자로 돌어섰다. 우선 NEC아키다에 2백40억엔을 투입, 5백50x6백50mm의 최신라인을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서는 노트북PC용 수요로 확대되고 있는 12인치 LCD를 양산한다. 현재 일본업체중 5백60x6백50mm라인을 갖춘 곳은 샤프및도시바와 일본IBM의 합작사인 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DTI) 2개사뿐이다.
일본업계의 제품대형화 바람은 침체 탈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론대형화를 통한 시장확대를 갈구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로 데스크톱 PC 모니터시장의 맹주 CRT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들이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격 차이가 2배나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이미 올 설비투자계획에서 자신들이 얼마나 위축돼 있는가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