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는 지난 3일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을 국내에 소개하고 본격 영업에 나서는 한편 9월께 중대형서버까지 공급하겠다고밝혔다.
한국IBM·한국디지탈·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이어 한국HP까지 64비트중대형컴퓨터 판매사업에 가세함에 따라 국내 중대형시장은 64비트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특히 RISC칩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한 상용 유닉스서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HP가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PA-8000」을 탑재한중대형컴퓨터를 국내에 판매키로 한 것은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국내 유닉스서버시장에서 주력기종의 위치를 점유해온 32비트형 유닉스서버가 64비트형 유닉스서버에 그 자리를 내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HP에 앞서 64비트 유닉스서버 및 워크스테이션을 발표했던 업체들은이미 32비트 제품의 공급을 거의 중단했으며 한국HP도 조만간 32비트형 기종은 국내 반입을 줄여나갈 계획이고, 64비트 칩만을 발표한 밉스계열의 중대형컴퓨터업체들도 이달 중 64비트 기종을 국내에 소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확산일로를 걸었던 국내 전산환경의 분산화가 더욱 급진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메인프레임 중심의 전산환경이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으로 활발히 전환되어왔으나 유닉스서버의 성능이 완전 분산환경을 구축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어 금융·보험·증권 등 방대한 양의 정보처리를 요구하는분야에서는 아직까지 메인프레임(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서버로 불림)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을 엔터프라이즈급 서버로 대체하는 「메인프레임유턴」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유닉스서버에 비해 훨씬 강력한 기능을 지닌 64비트 유닉스서버가 출현함에 따라 분산환경 구축을 주저해오던 금융권, 대규모 제조 및 유통업체들이 기존 전산환경을 완전 분산환경으로 재구축하는데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그동안 호환기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칩을 중대형컴퓨터에 탑재해온 중소업체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이번에 한국HP가 국내에 판매키로 한 워크스테이션이 그동안 독자적인 기술과 가격으로 국내 워크스테이션시장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해온전문업체의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힐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HP월드96」을 찾은 외국계 워크스테이션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래픽·3차원 입체영상·CAD 등 특정 업무분야 및 가격에서 대기업에 비해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나 이제 그 메리트가 없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불안감을 토로했다.
특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마이크로프로세서 부문에서 대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과 관련, 별다른 클론업체가 없는 중대형 컴퓨터와 칩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어 중소 워크스테이션업체 및 유닉스서버업체의 설자리는 국내에서 더욱 좁아들 전망이다.
〈이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