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케이블TV 시청가구 1백만시대

우리의 케이블TV가 이달중으로 1백만 시청가구 달성의 위업을 이룩할 것이확실시되고 있다. 말이 1백만 시청가구이지 이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로우리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1백만 가구라는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다. 1백만가구는 이를 평균하면 1개 지역종합유선방송국(SO)당 2만가구 꼴로 이제케이블 TV가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춘 산업으로 터잡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백만 시청가구라는 양적 측면에서의 눈부신 성취는이에 걸맞는 질적 측면의 수준제고를 요구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제까지는 제1차적 과제가 케이블TV를 자력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질의 문제가 관심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초기니까라는 변명이나 양해가 통하지 않는 수용자중심의 패러다임이 전면에 부상하게 됨을 유념해야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의 변화를 염두에 둘 때, 우리의 케이블TV방송계가 해야 될 일은무엇인가. 편의상 3분야 사업자별로 나누어 살펴본다.

첫째, 프로그램 공급자(PP)는 각자 맡은 전문분야에서 양질의 프로그램을제작·공급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그동안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 전일방송을 실시하는 채널이 7개나 된다는 사실이나, 지금까지 심의를 받아간영화가 이천편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PP의 희생을 감내한 노력을 웅변해준다. 그 결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평을 들었으며 눈에 띄는 수작도 있었다.

그러나 백만 시청가구의 달성을 눈앞에 둔 지금, 그런 상황에 안주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하드웨어가 해결되면 소프트웨어가 관심사가 되게 마련이다. 인포테인먼트에 대한 시청자의 뜨거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언제어느 순간에 등을 돌릴지 모르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또한 국가간 전파경쟁이나 스필오버에 맞서 우리 영상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우리의 자주적 방송문화를 지키는 믿음직한 戰士역할도 PP가 담당할 몫이다.

둘째, 지역종합유선방송국(SO)은 정보사회에서 명실공히 지역종합미디어센터로서 자리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케이블 TV망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같이 눈부시게 변화하는 신기술의 물결 속에서 무엇이 수신자에게 도움이 되고 케이블TV 발전에 필요한 것인지재빨리 간취해 이를 서비스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한시라도 늦추지 말아야한다.

아울러 지역채널이 더욱 주민과 가까이 있고 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을 다루도록 활성화하는 것도 SO로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신자에 대한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는 일이다. 고객 없는 기업이 있을 수 없듯 수용자 없는 케이블TV는 상상할 수 없다. 수용자를 일선에서 직접 접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SO이다. 가입자 관리에서의 친절과 열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셋째, 전송망 사업자(NO)는 망의 품질향상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케이블TV가 미래정보사회의 기간망으로 양방향 매체로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다채널 다지점 우선분배서비스(MMDS) 등을통해 망부설이 힘든 도서벽지에 케이블TV를 전달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합유선방송위원회는 수신자를 참으로 위하는 케이블TV상을구현해 나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편성 규정도 엄정히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왜냐하면 수신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그것이 정도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케이블TV가 또다른 저질매체가 되는 것을 막고, 우리 문화를 한 단계더 발전시키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매체가 될 수 있도록 심의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다. 물론 케이블TV의 심의가 공중파의 경우와 같을 수는 없다. 이런점에서 심의를 더욱 전문화·세분화·자율화해 현실 적응력을 높여가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이제 백만시청가구 달성은 질의 문제로 우리의 시선을 돌리게 하고 있다.

그동안의 과정에서 보아왔듯이 우리의 힘을 모은다면 질적 측면에서의 도약도 별로 어려운 과제가 아닐 것이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