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이냐 오라클이냐 아니면 SSA냐. 국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장을 둘러싸고 이들 3사의 선점경쟁이 불꽃을 튀고 있다.
기업재구축(BPR)을 통한 ERP 개념의 패키지 SW가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거대 폭풍으로 몰아칠 것이 유력시됨에 따라 ERP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주요 대기업들의 관심이 SAP·오라클·SSA 등 3사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들 3사의 제품이 심사대상에 올라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곳은 LG전자·대우전자·효성중공업·만도기계 등으로 이 업체들은 조만간 최종 결과를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의 최종 발표 내용에 따라 국내 ERP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기점이 되며 이 때부터는 누가 유리한 위치에서 주도권을 갖고 시장공략을 하게 되느냐 하는 문제만 남게 될 전망이다.
특히 SAP·오라클·SSA 3사는 현재 영업전략 목표를 참조사이트의 최대확보에 두고 있어 경쟁은 더욱 불꽃을 튀고 있다.
지금까지 ERP 3사가 확보한 참조사이트를 보면 SAP이 삼성데이타시스템을통해 삼성전자 등 삼성계열사에 자사의 「R/3」를 공급하고 있으며 오라클이LGEDS와 데이콤에 일부 모듈을 공급했고 SSA가 유한킴벌리·LG화학 등과 「BPCS」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RP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지난 5월9일 컨설팅업체 CSG가 주최한 「월드 클래스 패키지 96」과 29일 있었던 오라클사의 「메뉴팩쳐링 제품 설명회」에는 5, 6백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ERP 열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ERP 도입은 쉽지않다. 우선 ERP 패키지는 말이 패키지지 기업 업무 전반에 걸친 통합 시스템으로 기업내 정보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패키지 구현 작업에 앞서 장기간의 기업 업무 재구축, 즉 BPR작업이 필요하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이루어진다. 대대적인 업무환경의 변화를 수용할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인 것이다.
기존 전산실 요원들의 내부저항도 만만치가 않다. 응용프로그램의 단순 운영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대폭적인 인원감축에 대한 두려움이실제 운영을 담당할 전산실 요원들에게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도입하는 과정에서 통합 패키지 구축 보다는 부문별모듈 도입을 검토하는 사례가 많은 실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ERP 구축이 아직은 시작단계여서 성공적인 구축사례가없었다는 점이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업체 한 관계자는 『ERP가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품인기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며 『공급업체 입장에선 선점경쟁도 중요하지만 국내실정에 맞는 성공적인 구축 사례를 만드는데 더 초점을 두어야 하며 이것이장기적으로 서로가 살아남는 길이 된다』고 강조했다.
ERP 구축은 90년대 들어오면서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리엔지니어링 열풍속에서 나타난 기업 경영의 토탈 솔루션 구축 툴로서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서구와는 다른 독특한 국내 기업 환경 때문에 대폭적인 체제개편과 의식전환을 필요로해 실제 시장 활성화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LG·대우·한국중공업·효성·만도기계 등을 포함, 다수의대기업들이 이미 도입을 시작했거나 최종 검토작업 중이어서 예상 보다 훨씬빨리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