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D램 가격 반등세 지속될까

한·일 반도체업체들의 16MD램 생산물량 감산 및 동결 발표 이후 D램가격이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고 가고 있다.

최근 D램가격은 내수시장에서 비록 소폭이지만 오름세로 돌아선데 이어국제 현물시장에서도 오랜만에 각 업체별로 5∼10%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16MD램은 13∼14달러, 4MD램은 3.5∼4달러선에서 평균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6MD램와 4MD램이 각각 12달러와 3달러 이하에서 거래됐던 지난달 상황과 비교하면 뚜렷한 반등조짐이라 할 수 있다. 일단은 한·일반도체업체들의 물량조절노력이 효과를 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한일 반도체업체들의 공급조절노력과 윈도NT4.0 등 새로운 메모리 수요시장의 부상등으로 하반기에는 16MD램이 25달러선까지 회복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 최근 강화되고있는 美마이크론社의 덤핑조사 압력도 단기적으로는 가격반등을 부추기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직 회복기로 들어섰다고 예단을내리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최근의 현상은 실질적인 수급상황의 변화때문이 아닌 공급업체들의 잇따른 감산소식이 가져다 준 심리적인 여파일 뿐이다. 특히 감산이 아닌 추상적인 의미의 생산동결로는 D램 수급에 가져다줄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다 시장경쟁 속성상 생산 동결약속이 항구적으로 지켜지라고 보기도 어렵다』(해외 언론)

이처럼 해외언론이 국내업체들의 감산내지 동결 방침에 회의적인 시선을보내는 데에는 아직 몇가지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휴라인의대체품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4MD램 감산시에는 기존라인을 ASIC 등 비메모리로 전환하거나 16MD램 생산라인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했으나 8인치 웨이퍼 가공라인이 대부분인 현재의 16MD램 라인은 실제로 대체가 마땅치 않다. 이와관련 반도체 3사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속 D램 등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있으나 아직 전체적인 생산성을 고려할 때 적합한 시기가 아닌 것 만은 분명하다.

또 하나의 주요 변수는 현재 D램 공급업체들이 안고 있는 재고물량. 국내반도체 3사를 포함해 일본의 대다수 D램업체들은 현재 1달 정도의 재고를갖고 있다. 결코 적은 물량이 아니다. 이 물량이 일시에 시장에 풀릴 경우종전보다 훨씬 큰 낙폭의 가격하락도 가능하다. 물론 공급업체들의 물량조절분위기가 본궤도에 오른 만큼 이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개연성이 큰부담요인이 아닐 수 없다.

대만의 호응여부도 관심거리다. TI에이서·뱅가드 등 몇몇 대만 반도체업체들은 하반기 이후 16MD램 시장의 본격 진입을 노리고 있다. 아직 생산물량이 월 2백만∼3백만개 수준으로 큰 편은 아니지만 이 기회를 틈타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D램 공급물량 조절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D램 가격추이나 반도체시장 전망을 말하라고 하면 한때 전문가라고 자처하던 사람들도 슬슬 피합니다. 특히 5년이나 10년 후의 장기전망은자신있게 말하면서 불과 3∼4개월 후의 시장상황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있는 답변을 못하는 실정입니다』(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

반도체 3사의 마케팅전문가들조차도 요즘은 점쟁이가 된 기분이라고 한다.

『ASP(평균단가)가 붕괴되면서 D램 가격이 그날 그날 정해지는 상황에서몇개월 후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로선 다만 예측가능한 변수들을 고려하면서 가격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대응해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토로한다.

업계는 일단 최근의 상황을 하락세 일변도였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켜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또 워낙 변수가 많아 반등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가닥은 잡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러가지 변수들을 잠재우고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NEC 등이 취한 현재수준에서의 감산과 같은 좀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반도체 업체들의 후속 행보가 주목된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