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 도입될 디지털 위성방송에 대한 TV업계의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다. TV업계의 이러한 기대는 방송규격이 완전히 확정되지도 않았는데도서둘러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TV를 발표하거나 광폭TV시장 확대에 골몰하고있는 데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TV업계의 기대만큼 디지털 위성방송이 침체에 빠진 국내 TV시장에 새로운전환점을 마련해줄 수 있을까. 디지털 위성방송이 국내 TV시장에 미칠 여파와 앞으로의 전망 및 업계의 전략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새로운 방송 환경이 TV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흑백TV에서 컬러TV로 넘어간 80년대초 TV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던 사실은이를 뒷받침해준다.
우리나라가 오는 7월부터 도입할 위성방송도 컬러TV가 처음 선보였을 때와견줄 만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도입할 위성방송은시청자들이 그동안 꿈꿔왔던 것을 그대로 현실화할 수 있는 디지털방식을 따르고 있다.
안방에서 16대9의 고화질 영화화면을 박진감 넘치는 입체음향과 함께 즐길수 있다. 또 방송국이 보낸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증권 등 각종 정보도 손쉽게 받아본다. 청각장애자들도 자막을 보며 TV를 즐길 수 있고 국내 방송을외국어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최대 20여개까지 가능한 다양한 전문채널은 소비자들의 관심을끌기에 충분하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이같이 빼어난 기능은 최근 침체의 늪에 빠진 TV산업에청신호를 던지고 있다.
기존의 4대3 TV로는 디지털 위성방송을 제대로 즐길 수 없어 소비자들은디지털방식의 새로운 TV제품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TV산업에 있어서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위성방송과 관련해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제품으로는 현재 디지털위성방송 수신기 및 이를 내장한 TV, 그리고 광폭TV다.
이들 제품은 서로 별개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를 내장한 광폭TV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려면광폭TV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및 이를 내장한 TV수요는 광폭TV의 수요와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업계가 내다본 올해 광폭TV시장의 규모는 약 11만대. 내년에는 58만여대로급증하고 98년께에는 1백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예상은 디지털 위성방송이 실시되는 올 하반기부터 광폭TV에 대한수요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광폭TV시장이 좀처럼 무르익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지난 3월말 현재 광폭TV의 판매대수는 6천여대로 56만여대인 전체컬러TV판매량의 1%를 겨우 넘어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광폭TV시장규모는 3만대를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만대로 내다본 업계의 전망은 정확한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얼마간 기대 섞인 전망에 불과하다.
광폭TV시장이 당분간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은 위성방송 수신기와 이를 내장한 광폭TV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통합 방송법의 제정이 늦어지면서 KBS를 제외하곤 방송사업자가 선정되지않아 당분간 볼 수 있는 위성채널은 KBS의 2개뿐이다.
KBS의 2개 채널의 방송시간은 평일 기준으로 각각 20시간, 16시간에 이르지만 방송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공중파 방송과 동일한 4대3 화면 프로그램이다. 데이터 방송은 커녕 서라운드 음향도 기대하기 힘들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디지털 위성방송이 새로운 방송서비스 환경을 만든다기 보다는 방송수신 상태만을 개선하는 데 불과한 것이다.
단지 수신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 시청자들이 90만∼1백만원에 이르는 관련수신기를 살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한 위성방송 수신기를 내장한 광폭TV의 값은 3백28만원이고 LG전자의 동급 제품도 이와 비슷한 가격이 매겨질 예정이다. 소비자로선 누릴 수 있는 효과에 비해 가격 부담이 너무 크다.
따라서 위성방송 수신기 및 이를 내장한 광폭TV는 당장의 수요를 기대하기힘들고 방송서비스가 본격화하고 수신기의 가격도 낮아질 내년 이후부터 점차 수요를 형성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디지털 위성방송의 실시는 TV업체들에게 광폭TV 등 새로운 TV제품에대한 새로운 판촉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시장의 수요 형성시점을 보다 앞당기는 촉매로 구실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올들어 TV시장 규모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줄어들 정도로 사상 최악의 침체기를 맞이한 컬러TV업체로선 디지털 위성방송이 하늘에서 내려온 한가닥동아줄인 셈이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