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를 체계화 하라
대기업 S사의 PC유통 영업관리부 신입사원인 K씨는 최근 자체 유통망을 점검하면서 기이한 현상을 보게됐다.
두달전에 출시한 자사의 펜티엄PC가 일선 매장에서 천차만별의 가격으로판매되고 있음을 발견한 것. 모델과 사양을 비롯해 주변기기 장착품목이 같은데도 최고 수십만원의 가격차이가 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K씨는더구나 대리점을 비롯한 일부 유통점들이 본사에서 덤핑물량을 내놓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K씨에 항의하는 사례까지 빈발, 궁금증이 더해갔다.
K씨는 나중에 판매량확대를 위해 무작위로 확보한 영세 컴퓨터유통점들이가격파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을 알게됐다.
대기업조차도 이렇틋 체계적인 유통구조를 갖춰 놓고 있지 못한 상황인데중견업체 조립업체들은 더말할 나위있겠는가. 중소 조립PC업체들의 컴퓨터유통은 이미 구조의 의미가 없다.
유통전문가들은 국내 컴퓨터시장의 유통구조가 취약해 안정된 수요시장을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울러 「체계적인 유통구조의 확립」이야말로컴퓨터 불황타개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임이는 틀림없다.
전국에 산재한 컴퓨터 유통점들은 종류와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로 존재한다.
우선 PC메이커, 외국PC업체, 중견 컴퓨터제조업체, 조립PC업체등의각 직영점을 비롯해 일반대리점, 지정점, 협력점, AS점등이 존재한다.
이들 점포는 산하에 다시 「서브대리점」 「서브협력점」등을 두고 위로는각 제조업체의 물품을 직접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들과 상대한다.
더구나 용산 등 전자상가에 위치한 각 점포와 대형 유통업체사이의 수많은디스트리뷰터(딜러)까지 포함하면 컴퓨터유통점은 그야말로 복마전을 보는듯하다.
특히 일부 유통점은 몇개의 컴퓨터업체와 동시에 대리점, 협력점 등의 계약을 맺고 점포를 운용하고 있다.
한 대기업PC메이커 영업부장은 이와 관련 『컴퓨터유통은 워낙 복잡하게이루어져 있어 컴퓨터제조업체가 자사제품을 판매하고 취급하는 점포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컴퓨터유통점의 복잡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유통구조가 다단계구조를 거침으로써 대량 덤핑과 밀어내기식 판매가 횡행, 가격이 파괴되는등 유통질서가 무너짐을 내포한다.
용산의 중견컴퓨터 업체인 뉴텍컴퓨터는 최근 대기업에 버금가는 판매량과영업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초기부터 무리한 유통점확보로 밀어내기식 판매에 치중하지않고 회사와 제품이미지를 고려해 신뢰성있는 유통점만을 확보하고 덤핑판매를 금지하는 등 본사차원에서 철저한 관리를 해왔다.
때문에 뉴텍컴퓨터의 유통점들에서는 가격차이가 거의 없고 본사차원이 아닌 자체할인 판매행사 또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기업에 버금가는 신뢰성있는 컴퓨터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유통전문가는 『체계적인 유통구조확립이 선행될 때 소비자들은 신뢰성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업계에서도 안정된 수요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