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D램가 폭락, 반도체 산업의 위기로만 볼 것인가?

최근 반도체 메모리 가격의 급락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침체 가능성을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2년부터 초호황세를 누리던 국내 반도체산업이 작년 말부터 D램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가격의 하향국면 전환, 미국시장에서의 BB율 하락세 지속. 윈도95에 의한 반도체 수요창출 효과 미흡 등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올해반도체 수출목표 3백7억달러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관계당국과 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볼 때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보기에는아직 이른감이 있다. 실제로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인 PC판매량이 매년 18%씩증가하고 있고 주요 전자기기의 반도체 장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D램 가격하락 만을 가지고 전체 반도체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메모리 제품 위주의 생산체제를 갖춘 미국 인텔사 등이 오히려 투자계획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와 같은 제반사항을 두고 볼 때 현재의 D램가격 폭락이 우리에게 무조건불리하게만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를 장기적 안목에서 차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지나치게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단기적인 대응책 마련에만 주력할 경우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가가 80년대 중반 반도체산업을 시작했을 때 국내외의 환경은 결코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엄청난 투자비가 소요되는 사업특성상 정부정책입안자들조차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일본의 견제 또한 우리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었다.

이와 같은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기술한국·수출한국의 대표산업으로 성장시킨 우리 기업들의 사업가 정신은 품목선택에서의 성공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메모리 분야에 국한되지만 우리의 반도체 기술력은 이제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만큼 축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매우 짧은기간에 우리가 반도체 메모리산업을 극적으로 성공시켰다는 자신감은 지금의D램가 하락에 따른 곤경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러한 자신감과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선은 우리가 반도체 제품 다각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메모리만으로는 성장의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비메모리 분야에 대해서도 우리의 도전정신을발휘해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도 반도체의 수요창출을 위한 새로운 응용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미 구축된 생산기반을 활용하면서 우리 기술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다는 것 그 자체가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 반도체 시장동향 및 기술선진국들의 정책동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한편 전세계적인 반도체 기술개발 추이에 신속히 대처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현재 D램 분야에서 우리가 축적한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의 기술력은 후발주자인 대만의 기술력에도 미치지 못한다고평가되고 있다. 최근 기술전망에 의하면 메모리와 MPU가 하나의 칩내에 장착되는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액세스타임의 불일치로 현재는 메모리와 MPU가 별개의 생산라인에서 제작되고 있으나 앞으로 이들이 하나의 칩내에 장착될 가능성을 예견한다면 우리의 취약분야에 대한 기술개발노력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 D램가 하락으로 우리 업계가 처한 상황은 분명 위기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위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단기적 대응책을 남발하는 사태는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반도체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장기적 안목에서 우리의 발전 전략을 세우는 지혜가필요한 때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룩해 놓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해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周汶映 특허청 반도체심사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