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이진희씨는 「마니아적인 열정」이 베타 테스트 엔지니어에게 가장필요하다고 말한다.
베타 테스트 엔지니어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상품화를 마치고 시장에 정식 출하하기 전에 이들 제품에 대한 보완점, 사용상의 불편함등을 미리 점검하는 사람이다.
만약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라면 자사 제품이 실제로 적용되는 각종 하드웨어 플랫폼에 버그없이 제대로 운용될 수 있는지 혹은 각 기능들이 실제 상황에서 무리없이 작동, 사용자들의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 사전 점검해야 하고이때 외부인사를 베타 테스터로 활용한다.
LG전자 PC연구실 이진희 연구원은 PC개발과 함께 각종 베타 데스트를 수행하는 전문 엔지니어다. 그녀의 주된 베타 테스트 대상은 마이크로소프트사제품. 직장이 LG전자다보니 자사 PC에 탑재되는 프로그램중 MS사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MS사가 새로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베타 버전을 보내주면 이에 대한완벽한 검증을 수행한다. 미비점, 보완점들을 나름대로 체크, 보고서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충분한 사전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베타 테스터들이 겪는 애로사항이지만 신제품이라는 것이 속성상 가장 새로운 기술을 동원해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소화·검증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누구도 아직 실제로 사용해보지 않은 신제품에 대한 세밀한 검증은 그래서한편으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인미답」의세계를 앞장서 밟아본다는 성취감을 가져다주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씨는 이 때문에 베타 테스트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마니아적인 「열정」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한다. 혼자서 신세계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하루에 18시간씩을 컴퓨터앞에서 보내야 하는 일을 즐거움으로 상쇄하지 않는다면 견디기 힘든 노동이라는 것이다.
뛰어난 베타 테스트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마니아적 열정 외에도 끈기, 집착력 등이 요구되고 특히 각 제품 개발사의 과거 개발이력, 동향등을 꿰고 있어야 한다.
보통 한달 정도의 기간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 베타 버전 테스트를 완벽히수행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모든 기능을 샅샅이 살펴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때 신제품 개발사의 과거 이력을 알고 있다면 나름의 「감」으로문제가 발생할 만한 부분을 좀더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예전의 테스트 경험으로 「이 회사 제품은 이곳이 문제일 것」이라는 추측이 어느정도는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베타 테스트 엔지니어는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전반적인 기술추세에대한 인식이 확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그 부문 최고의 전문성을 가졌다면 문제가 없지만 베타 테스트를 위해서는 그것이 적용되는 하드웨어 통신에 이르는 전반적인 기술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베타 테스터들은 정보통신 전 부문에 걸쳐 다양한 기술을 가장 많이 습득하고있는 사람들로 꼽힌다.
베타 테스터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은 없다. 컴퓨터 마니아들이 개발자 혹은 베타 테스터가 되면 성공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국내에는 각 기업체에서 베타 테스트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이 있고 일부 마니아들은 출시후정품을 무료 교부받는 조건으로 외부 베타 테스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체에 소속된 연구원들은 월급외에 별다른 수당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에 대한 「성취감」이 보수가 된다고 한다.
이씨는 『컴퓨터 기술보다는 마니아적 기질이 탁월한 사람이라면 베타 테스트 엔지니어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하고 특히 베타 테스트는 제품 개발회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외부인에게 베타 테스트를 의뢰, 객관적인 검증을 시도하는 기업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