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맨드 앤 퀀커」냐 「워크래프트Ⅱ」냐, 그도 아니면 「삼국지Ⅳ」냐.
올 상반기 최고 인기 PC게임의 자리를 놓고 이들 3대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이 불꽃튀는 접전을 펼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10∼12월 사이 차례로 출시된 이들 게임은 출시되자 마자 각각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각종 게임차트 1위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게임의라이프사이클은 보통 3개월. 길어야 6개월이다. 그러나 이들 게임은 만기가다된 지금까지도 흔들림 없는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 시장을 주도해 가고 있다. 오히려 최근엔 잇따라 출시된 추가미션 게임의 화력지원에 힘입어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상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게임매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들어 게임시장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세 작품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고한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게임의 십중팔구는 이들 3작품중 하나가 될 정도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올 상반기에 출시된 많은 게임들중 「NBA 라이브96」등 몇몇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들 작품간의 치열한 인기경쟁에 들러리를 선 셈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보다 시장규모가 훨씬 큰 미국·일본등 세계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면 인터넷 게임및 미국차트에선 미국에서 개발된 「커맨드 앤 퀀커」와 「워크래프트Ⅱ」가 쌍벽을 이루며 인기순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데 반해 「삼국지」시리즈는 인기순위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일본에서 개발된 「삼국지」시리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인기순위 1위를 독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나머지 2작품은 순위에서 찾기보기도 힘들다.
이처럼 미국 및 일본에선 마치 미·일 게임마니아들간에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상대국의 게임을 서로 배척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선 게임의 국적에 상관없이 이들 3작품이 모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게임 마니아들의 입맛에 잘 맞도록 구성돼 있으며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게끔 만든 일등공신은 단연 일본 고에이사가 개발한 「삼국지」시리즈다. 플로피디스켓(FD)에 담겨 출시된 「삼국지」는 초기에 불법카피를 통해 게임 마니아들에게큰 인기를 얻으며 널리 퍼졌는데 이를 계기로 국내에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마니아들이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삼국지가 불법카피를 통해 널리 보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에 출시된 「삼국지Ⅳ」는 현재까지 3만2천카피의 판매량을 기록, 저력을과시했다. 현재 국내에선 대부분의 게임들이 3천∼5천카피 정도 팔리고 있으며 1만카피만 팔려도 「히트작」으로 꼽히는 것을 감안해 볼때 이 작품의 엄청난 인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최근 「삼국지Ⅳ 파워업 키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업그레이드판의 출시로 인기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조만간 판매량이 4만 카피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국지Ⅳ」가 턴방식의 시뮬레이션게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컴퓨터의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명령이나 움직임없이 동시에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는 리얼타임방식의 시뮬레이션 게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커맨드 앤 퀀커」와 「워크래프트Ⅱ」. 각각 현대전과 중세전을 배경으로 시리즈물로 제작된 이들 게임은 발표되자 마자 기록적인 판매실적으로 거두며 CD롬 게임시장을 양분해 가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었었던 「듄2」의 후속작으로 일명 「듄3」로 불리는 「커맨드 앤 퀀커」는 지난해 10월에 출시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데 힙입어 지금까지 4천5천카피의 높은 판매실적으로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장에 나오자 마자 전작을 능가하는 인기로 판매순위 1위에 올라섰던 이 작품은 약 8개월이 지난 현재도 최근 추가 미션판으로 출시된 「커맨드앤 퀀커 비밀작전」와 함께 판매순위 1∼2위를 독차지,롱런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인기정상을 달리고 있는 「커맨드 앤 퀀커」에 제동을 걸고 나선게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SKC를 통해 출시된 「워크래프트Ⅱ」가 바로 그것. 미국에선 출시되자 마자 「커맨드 앤 퀀커」를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은 전작이 국내에서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 못한 까닭에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진 별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올들어 게임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출시 5개월 만에 2만8천카피라는 기록적인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커맨드앤 퀀커」보다 2개월 정도 늦게 출시된 이 게임은 지금과 같은 인기상승세를감안해 볼때 머지않아 「커맨드 앤 퀀커」에 버금가는 판매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게임의 인기 비결은 강력한 인공지능(AI)에 있다. 물론 「커맨드 앤퀀커」도 이 기능을 갖고 있으나 「워크래프트Ⅱ」가 다소 앞선다는 평을 받고 있다. 6백40*4백80의 화려한 그래픽도 이 작품의 인기에 큰 몫을 해내고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커맨드 앤 퀀커」도 「워크래프트Ⅱ」에 비해 사운드가 뛰어나고 게임 배경이 현대전으로 플레이어에게 친밀감을 주는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 두게임간의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는게 전문가및 마니아들의 평가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