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썰렁하다.』
이달 초 미국 시카고 매코믹센터에서 열린 세계적 정보기술(IT) 박람회인춘계 컴덱스 ’96을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논평이다. 이것은 단순히 획기적인 신제품이나 참여업체수가 과거보다 적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람객의 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열린 「윈도월드」관의 분위기와 너무나 대조를 이루어 「어딘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社 한 업체의 제품만을 전시·발표한 윈도월드관은 그야말로 성시를 이루었는데 어쩐 일인지 각국 여러 업체들이 출품한 컴덱스관 쪽으로는 좀처럼발길을 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인터페이스 그룹의 주관으로 매년 열려온 컴덱스는 16년이라는 오랜전통을 가지고 세계 최대 정보기술분야 전시회로서의 자리를 굳혀 왔다. 그러나 일본의 소프트뱅크社가 지난 94년말경 컴덱스사업과 함께 인터페이스그룹을 인수한 이후 일본업체들의 참여가 늘어난 반면 미국업체나 관람자의참여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인상을 풍겨 왔다.
실제로 그동안 컴덱스의 중심업체였던 인텔과 컴팩 컴퓨터社 같은 업체들은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불참했다.
물론 통상적으로 추계 컴덱스보다 춘계의 것이 규모가 작아 이의 비중이낮게 간주되어 온것이 사실이다. 또 그동안 획기적인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대거 발표돼 신기술 경연장이 되었던 컴덱스가 최근들어서 쇼 위주의 행사로변모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식어진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 91년부터는 브라질·멕시코·캐나다·싱가포르 등 각 지역에서 분산 개최됨에 따라미국 컴덱스는 지역행사화되는 현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인터페이스 그룹이 아닌 일본의 소프트뱅크社가 맡았다고 해서 미국 업계와 소비자들이 소극적인참여자세를 보이는 것은 다른 나라에 대한 차별의식 내지 의도적인 기피현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이것이 최근 미국에서 팽배해지고 있는 자국 국익우선 정서의 또 다른 표출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