田錫昊(美 남가주대 교환교수)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社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다. 한해 매출액이 60억달러를 넘나든다. 마이크로프로세서 공급체인 인텔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 세계 컴퓨터 장비의 85%에 내장되어 있다.
올해 39세인 빌 게이츠는 개인 자산 70억 달러를 넘게 소유, 미국내 첫째또는 둘째가는 거부로 손꼽힌다. 19세에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친구인 폴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것이 1970년대 말.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정착했고, 이 기업의 자산가치는 미국의 포드나제네랄 모터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만명에 이르는 직원이 있으며 연구개발부문에만 연간 6억 달러를 투자한다. 컴퓨터 전문가들에게 MS-DOS로, 일반 대중에게는 95년부터 시판된 「윈도95」로 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다져놓은 기업이다.
게이츠는 항상 IBM을 생각하며 경영에 임한다는 소견을 언급한 바 있다.
한때 컴퓨터계의 황제로 군림했던 IBM이 PC등장 이후, 그 기세가 저하되는과정이 게이츠에게 시사하는 교훈이 많았을 것이다. 그만큼 시장성도 넓으면서 위험부담도 높은 것이 컴퓨터 시장이다. 어쨌든 마이크로소프트와 게이츠는 산업사회 이후의 기술·경영·사회적인 측면에서 후세에게도 널리 알려질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동향이 심상치 않다. 컴퓨터계의 제왕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재력과 위상을 쌓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 새로운 시장이란 미국에서는 「컨텐트(content)」산업으로 일컫는 방송·영화 주측의 영상산업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게이츠는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참여할 수도 없다고 공개 석상에서 여러번 천명한 바 있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이 분야와 연관된 전문기업들을 매수·합병 등의 다각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영상분야의 노하우를 누적시켜 왔다.
그러다 최근에 전문기자들에 의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영상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계획·실천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게이츠는 기존 방송사와 영화사들과 깊은 교류를 맺으며 그들의 영상상품을 전산화시키는 재가공을 시도해 왔다. 소위 PCTV의 미래시장을 겨냥하여텔레비전이나 영화관이 아닌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영상 시청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단방향이 아닌 쌍방향 방식을 채택하여 시청자 위주의영상 시청으로 주도한다.
이를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전문기업만도 줄잡아 수십개에 달한다. 즉 미디어 제작(컨텐트)·미디어 전송(네트워크)·미디어 장비 등 첨단 영상제작 및 유통에 필요한 필수적인 요인들을 모두 장악해 놓은 셈이다. 현재 진행중인 이 계획에만 향후 5년내15억달러를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21세기에 대비해 언제인가 정체될 컴퓨터 시장을염두에 두고 지속성이 있는 영상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일부 미국 업계에서는 이러한 게이츠의 움직임에 대해서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특히 기존 대형 영화사들은 냉소와 위협이라는 이중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전략은 미래 정보산업의 방향을 확고히설정해 놓은 데서 비롯된다. 미래의 수요에 추종하는 동시에 선도해낼 수도있다고 자신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정보기술이 지니는 「융합」의 본질을터득한 것 같다. 우리도 기술의 융합, 산업의 융합에 대해서 다시금 깨달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