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洪鍊
84년 숭전大 전자공학과 卒
94년 중앙大 신문방송대학원 卒
92년 KBS방송기술인협회장
93년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95년 동아TV 기술부장
현재 한국방송정보협회장
「방송의 꽃은 프로그램이며 프로그램을 빛내는 것을 방송기술이다」방송분야에서 방송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다.
국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송은 궁극적으로 프로그램이라는 생산품을 통해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그 제품은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환영받기도하며 비난받기도 한다. 때로는 사회환경과 맞물려 과장되게 포장되기도 하고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리기도 한다.
한국의 방송 역사는 70년에 달한다. 이 기간동안 방송프로그램은 국민과함께 희노애락을 같이 해왔다. 이와함께 방송프로그램의 질도 날로 향상되어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법의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기법은기술개발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방송기술의 발달로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프로그램 가공기술이 이제는 보편화되는 등 기술개발의 라이프 사이클과 제작 기법의 순환주기는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 스튜디오(Virtual Studio)기술로 MC와 배경화면을 따로 합성해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컴퓨터그래픽을 이용, 사건현장을 추정하여 재현해 내기도 한다. 이처럼 이제 프로그램과 방송기술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발전되고 있다.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욕구와 기호도 매우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방송이이같은 시청자의 기호를 어떻게 만족시켜 나갈 수 있는지는 방송기술의 변화에 따라 정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방송기술의 이해부족으로프로그램과 방송기술의 원활한 접목은 요원한 실정이다.
방송사들은 대부분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 수시로 프로그램 개편과특집 방송을 통해 수십억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시청자의 반응 여하에 따라 과감하게 프로그램을 재등장 또는 폐지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방송기술의평가 또는 프로그램의 기술 완성도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기준없이 무관심 속에 있는 것이 방송기술의 현주소다. 이는 분명 부조화의 시발점이다.
지금까지의 프로그램이 연출자 단독의 식견과 기획력으로 프로그램을 돋보이게 할 수 있었다면 뉴미디어 시대를 지칭하는 21세기를 목전에 둔 지금은방송기술의 완벽한 지원과 창의력있는 기술기획이 보강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의 생명력은 크게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방송기술은 이제 디지털화되고 있다. 방송장비의 기술추세도 멀티미디어화, 뉴미디어화, 소형경량화로 압축된다. 방송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VCR장비는 2인치의 테이프에서 부터 1인치, 4분의 3인치를 지나 보다 고화질인2분의 1인치로 소형화되고 최근에는 4분의 1인치까지 개발, 실용화되는 실정이다.
카메라 장비 역시 발전속도가 눈부시다. 스튜디오용 스탠더드 장비는 이제ENG로 대체가 가능하고 디지털 장비인 DNG 보급도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방송위성을 이용한 SNG 장비로 각 방송사는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신형 방송장비를 활용하지 않고는 새로운 기법의 방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방송계에서 기술에 대한 투자와 방송장비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원초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위한 방안으로 첨단기술에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국가적 차원의 방송장비 국산화 정책이 절실하다.
정부에서 수입 금지품목으로 묶어놓은 카메라나 녹화기 등 주요장비들이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사에는 수입이 허용되고 기타 방송사에서는 수입을 못하게 하는 정책으로는 뉴미디어 시대에 진입할 수가 없다. 뉴스 프로그램의 제작과 드라마 제작을 비교한다면 어느 것에 더 품질 좋은 카메라가 필요하겠는가 하는 질문은 우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러니가 적용되고 있는 곳이 한국의 방송계이다. 방송장비의 국산화 정책은 그런 측면에서일관적이고 현실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일관성없는 방송정책은 각 방송사프로그램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국산화가 불가능한 품목이나 경제성없는장비는 과감히 수입하고 전략적으로 개발 가능한 품목은 집중 지원해 국산장비 개발업체의 의지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모든 것을 국산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전략상품을 선정, 집중 지원을 해야 방송장비의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다. 한쪽으로는 규제하고 한쪽으로는 버젓이 고품질의 외산 장비가 시중에 유통되는 상황에서 질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하는 제작진이나기술자의 욕구는 당연히 신장비와 첨단장비를 선호하게 될 뿐이다.
수십개의 케이블TV 채널과 위성방송이 새로 생겨나는 방송의 황금기에우리의 국산장비는 제대로 보급되지 못했다. 더 나은 고품질의 프로그램을제작하기 위한 방송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제작과 송출단계를거치는 과정에서 동일 수준의 방송장비가 배치되지 못하고 서로 다른 품질의장비가 배치됨으로써 결국 고가의 장비가 사장된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
특히 각 방송국에는 고가의 외산장비가 가득 채워져 국산 장비의 진출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각 방송사에서는 이제 새로운 경영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전문채널로 시작한 케이블TV 방송이 공중파 방송과 경쟁한다고 회사 규모에 맞지 않게장비를 도입했거나 똑같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했던 사례들을 분석, 이를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탄력성있는 형태로 경영개념을 전환해야 한다.
각 방송사는 첨단 방송기술 습득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방송인을 참관시켜 방송의 선진화를 이루어야 한다. 방송장비관련 기업은 회사의 사활을 걸고 개발한 신제품을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다.
국내 방송사들은 관계자들을 전시회에 참관시키는데 상당히 인색하다. 수십억의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경제적인 장비 도입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해외연수비란 적은 지원이 장비 도입의 오류를 방지한다면 그것이 곧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방송사들은 최근 뉴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대대적 변신을 시도하고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KBS다.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와 방송기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과감한 변혁을 꾀하고 있는 것이 신선하다. 뉴미디어국을 위성방송체제로 전환하여 기술직 사원을 1백여명 채용했다. 여기에 보다 다양하고 박진감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특수영상제작실을 신설, 수십억의 예산을 투자하여 특수 효과장비까지 구입해 제작에 돌입했다. 또 금년 NAB장비전시회에 전례없이 수십명의 기술직 사원을 참가시켜 견문을 넓히도록 하고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숫적, 물적 증가라기 보다 뉴미디어시대를 대비한포석이라는데 중요한 의미를 담고있다. 이러한 투자는 프로그램을 빛나게하고 7월부터 시험방송되는 위성방송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비록조그만 변화이기는 하지만 KBS가 앞장서 제작진과 기술진이 호흡을 맞추어가는 것은 21세기 뉴미디어시대에서 방송기술의 포용없이는 제작프로그램의 수준 향상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공전의 힛트를 기록한 SBS의 모래시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직종 구분없는 팀웍의 끈끈한 산물이었다는 점은 방송인들에게 널리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방송사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MBC는 최근 방송기술개발의 산실인 연구소를 국에서 부단위로,SBS도 기술관리국을 해체시켜 방송기술인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다행히 MBC나 SBS도 뉴미디어에 대한 열정만큼은 있었는지 위성방송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기는 하다.
케이블TV 방송에서는 더욱 심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개시 1주년을 넘긴 케이블TV 방송이 이제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으나 지금의 케이블TV 방송의 기술수준을 프로페셔널로 보기에는 아직 많은 문제점이 있다.
이는 인적 자원의 문제라기 보다 구조적 문제와 경영상의 제반여건이 아직미성숙된 탓이다.
장비도입의 경우 정부는 공중파방송이 도입하는 장비를 케이블TV 방송국에서는 원천적으로 수입을 못하게 했고 짧은시간에 개국을 독려해 인력면에서도 기술력이 뒤쳐지는 자원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방송의 내용은 공중파 방송과 동일한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뉴미디어시대 대비는 방송기술의 이해와 제작진과의 긴밀한 연계로고부가가치의 프로그램을 생산해내야 가능하다. 정부의 정책과도 일체감을형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21세기를 목전에 둔 방송의 방향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첫째, 정부의 정책이 뉴미디어적이어야 한다. 정부와 방송사들은 뉴미디어시대를 외치지만 막상 뉴미디어 정책을 다루는 부서에는 기술자가 거의 없다. 따라서 뉴미디어나 첨단기술을 다루는 회사의 책임자는 확실한 뉴미디어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방송사의 조직이 탄력적이어야 한다. 현재의 방송사 조직은 관료적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30년전의 관료조직으로 멀티미디어 시대를 논의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방송기술의 라이프사이클 속도에 비례하여 기술조직도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방송제작에 관련된 조직 역시 기술조직과 연계하여 첨단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프로그램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다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뉴미디어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여야 한다. 방송에 관련된 첨단기술은 측정이 불가능할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구식기술로 안주하는기업은 이제 생존할 수 없다. 뉴미디어 시대에 입각한 마인드와 기업경영이21세기에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넷째, 방송인의 시대적 감각이 요청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방송기술과 제작기법에 대한 노하우 습득, 그리고 뉴미디어 시대에 대한 개념정립없이 방송의 위상을 논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방송인들이 투자하는 지식습득에 대한 시간과 정력에 대한 심각한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사의 영향력은 전국민에게 파급된다는 데서 이는 결코 소홀히 다룰 문제가 아니다.
프로그램의 저질화는 더욱 큰 문제점이다. 연출자에게 열악한 제작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이는 부실 프로그램으로 되돌아 올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방송제작 환경개선은 효율적인 장비선택과 적절한 장비의 배치에 있다. 의지와 고집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부단히 노력하여 터득하지 않은 기술로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면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방송을 외면할 것이다. 제작진과 기술진이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 최상의 제품인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정부의 정책도 각 부처끼리 주도권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뉴미디어물결에 동승하는 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위성을 띄워놓고 방송사가 선정되지 않아 하루에 몇억씩 돈을 날리는 어리석음을 두번다시 반복하지 않는 길이다. 방송이 조화의 철학을 강조하는 것도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 방송의 질은 높일 수 없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