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의 한 마을(로렌)에는 국내외 기자들이대거 몰려들었다. 대우전자와 오리온전기의 합작품인 컬러브라운관공장 준공행사 취재가 겉으로 나타난 목적이었다. 한국의 한 전자기업의 해외현지공장준공식에 전세계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든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리고 이날 언론의 초점은 브라운관공장 준공식보다도 배순훈 대우전자회장과의 인터뷰쪽에 맞춰졌다. 필립스에 이어 유럽내 제2의 가전업체인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에 대우가 가세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취재열기가 공장준공식을 압도한 것이다.
이달 말경 프랑스 정부의 결정에 따라 그 결과가 드러나겠지만, 이날 배순훈 회장은 톰슨멀티미디어 인수가 거의 확정적이라는 자신감을 표시했다. 프랑스 정부가 자국내 기업에게 민영화하려는 톰슨그룹 가운데 톰슨멀티미디어가 대우전자로 넘어간다면 LG전자의 美 제니스社 인수보다도 더 큰 「사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제니스는 미국내 컬러TV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톰슨멀티미디어는 시장점유율 1위인 RCA의 모기업이자 유럽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전자의 톰슨멀티미디어 인수가 확정되는 순간, 대우전자는 한국내 3위의 가전업체에서 일약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선두그룹으로 도약하는셈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전자업계의 세계화는 그 절정에 도달하는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질 것이 분명하다.
이는 또 LG전자의 제니스 인수와 더불어 한국 전자업체들의 세계화 및 현지화 전략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해외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철저한 마케팅쪽으로 무게중심이 급선회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올초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전자3사의 해외법인장 회의주제가 「마케팅」쪽으로 모아지고 있고, 생산과 판매를 총괄하는 지역본사 체제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자가브랜드 이미지를 쌓기 위한 광고공세도 올들어급속히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마케팅 강화의 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전제품은 세계시장 자체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체된 상황이어서선두그룹 진입을 위한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합병 등과 같은 더욱 적극적인행동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한국 전자업체들이 외국의 수입규제 등에 따른 수출확대를 우려한현지투자가 아니라 해외현지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생산·판매·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다국적 경영쪽으로 선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