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집없는 서민이 자가용을 구입하면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요즘엔 집보다 차를 먼저 구입했다고흉보지 않으며 일부 신세대들은 집보다 차를 먼저 구입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없이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衣食動住」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가용에 대한 인식이 富의 상징에서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도구로 바뀌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세태변화다.
富의 상징이던 자가용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아직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자가용을 구입하려면 미국보다 11배, 영국보다2배 정도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1천5백cc급소형승용차 취득시 물어야 하는 세금은 43.7(공장도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로 미국(4.0)·일본(8.2)·독일(15.0)·영국(23.3)보다 훨씬 많다.
이것만이 아니다. 취득단계에서 특별소비세·부가가치세·농어촌특별세·등록세 등 16종의 세금을 내는 것은 기본이고 그 후에도 보유단계에서 자동차세와 자동차교육세 그리고 면허세를, 운행단계에서 휘발유특소세와 부가세를 내야 한다. 세금이 하도 많다보니 신차를 구입해 3년간 운행하면서 낸 세금총액이 차량구입 비용과 엇비슷하다고 소비자들은 푸념한다.
자동차 관련 세금이 우리나라 전체 조세수입의 17%, 여기에 채권과 교통범칙금을 합치면 20%(94년)에 육박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자동차 관련세금이적지 않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우리나라 차산업은 길게 보아야 50년, 실제로는 20∼30년에 불과한데도 1백여년의 뿌리와 축적된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 메이커와 어깨를 견주며 세계5위의 생산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메이커의 노력과 소비자의 협조그리고 정부의 보호정책이 3위일체가 되어 이룬 결과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펼쳐든 우산을 접어야 하고 애국심 운운하며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국산차를 구입하라고 권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완전경쟁시대에 걸맞는 합리적인 자동차 관련 세제개편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