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업계, 신제품에 참신한 애칭붙이기 경쟁

「왕발」 「혜성」 「사냥매」 「금메달」 「곡예사」.

이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운동선수의 별명이 아니다. 올해부터 출시된 하드디스크에 붙은 애칭들이다.

하드디스크 업체들은 올들어 출시한 신제품에 참신한 애칭을 붙여 제품의특성을 강조하면서 자사 신모델 간의 통일된 이미지를 구축,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고 있다. 소비자들도 「XP39100S」, 「ST32140A」 등 숫자와 영문자의 조합으로 구성돼 마치 암호를 연상케하는 제품 이름 보다 휠씬 친숙함을느끼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달부터 보급형 하드디스크 신모델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승리자란 뜻의「위너」로 제품명을 결정했다. 또 이달말 양산될 예정인 노트북용 2.5인치애칭은 곡예사란 의미를 가진 「아크로밧」으로 내정됐다.

오는 3.4분기중 출시될 예정인 3GB급 이상의 대용량 모델에는 자기저항(MR)헤드기술 등 첨단기술이 처음 채택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탐험자란 의미의 「보이저」라는 애칭이 붙여졌다.

5월부터 국내 시장에 1.2∼2.5GB 용량의 5.25인치 하드디스크 신제품을 집중 판매 중인 퀀텀코리아는 요즘 판매되는 HDD가 3.5인치 제품인 반면 자사의 신제품은 이 보다 2배나 큰 5.25인치 디스크를 채용한 점을 강조해 「왕발(BigFoot)」이라고 이름붙였다. 또 사무용 마켓을 겨냥한 고성능 신제품에는 혜성과 대폭풍이란 단어를 복합시킨 「파이어볼 템페스트(FireBall Tempest)」란 애칭을 붙였다.

퀀텀은 올해초 장당 8백50MB 용량의 디스크를 채택한 2.5GB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고밀도 시대를 주도할 제품이란 뜻에서 사하라사막에서 지중해 연안으로 부는 열풍 이름인 「시로코(Sirocco)」로 결정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씨게이트코리아도 5백MB에서 4GB 용량의 보급형 제품 이름을 올림픽에서메달을 수여할 만한 고성능제품이란 뜻의 「메달리스트」로 결정했으며 1∼4GB 용량의 고성능 스카시 HDD모델은 신속하게 원하는 정보를 찾아낸다는 점을 강조해 매라는 의미의 「호크(Hawk)」로, 1∼9GB 용량의 최상위급 스카시모델은 사나운 물고기인 꼬치고기 이름을 따서 「바라쿠다(Barracuda)」로각각 부르고 있다.

하드디스크 업체들은 애칭을 붙이는 것이 모델별로 마케팅 정책을 세우는데 유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고 판단하고 있어 당분간 참신한 애칭붙이기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