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위성방송 초반 "고사위기"

위성방송 서비스를 순수한 프로그램 및 기술실험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KBS의 발표가 최근 관련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KBS의 이같은 채널 운용계획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궁화 위성방송이고사직전의 위기상황에 몰렸음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루 편성시간이4시간여 남짓한데다 프로그램도 지상파에서 방송했던 것을 재방송한다는 것은 시청률 자체를 의식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송 신기술로 각광을 받았던 와이드TV용 프로그램 제작비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점도 커다란 문제이지만 본방송개시 시점이 기약이 없다는 점은 더욱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가 1백만대 가까이 보급됐을 무렵 본방송을 추진하겠다는 이번 KBS의 발표는 위성방송 자체를 안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는게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케이블TV 시청가구가 1년3개월만에 최근 1백만가구를돌파했으나 이는 위성방송과 경우가 다르다.

케이블TV의 경우 전문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27개 채널이 함께 방송된데다이의 수신을 위한 컨버터 역시 SO(종합유선방송국)가 임대형식으로 보급함으로써 최단 시간내에 1백만가구를 돌파한 것이다.

위성방송의 경우는 시청자가 1백만원대의 세트톱박스를 자체부담으로 구입해야하는데다 채널수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편성시간 및 내용도 부실해 1백만가구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이다.

더욱이 KBS가 케이블TV망을 통해 위성방송을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은 수신기의 일반 보급을 스스로 막고 있는 처사여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KBS의 위성방송계획이 발표되자 위성방송 수신기제조 업체들은 『올해 기대할 수 있는 전체 수요는 2천대에 불과할 것이며, 내년 이후에도 1천대를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무궁화 위성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통신 및 정보통신부는 『무궁화 위성을통한 디지털 방송은 더이상의 실험이 필요없는 상용화된 기술』이라고 밝히며 KBS의 발표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들이다.

더욱이 KBS의 위성 시험방송 계획은 공보처의 위성방송사업자 단계적 선정원칙과 맞물릴 경우 2000년 이전에는 본격적인 위성방송 시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계산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의 방송매체중 대중화된 형태에서 가장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방송산업의 신기원을 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위성방송이 사실상사라지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방송관계자들은 『공보처의 인식전환 및 KBS의 내실있는 프로그램 편성이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내방송산업은 구조적 취약화는 물론이고 방송시장개방 시점에서 선진국 위성방송에 무장해제당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오는 98년 방송시장 개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웃 일본에서만도 퍼펙TV(올10월)·디렉TV저팬(내년초)·스카이 디지털(내년 여름)이 총 2백여개 채널로 방송을 실시하고, 최근에는 머독계열의 뉴스社가 2년내 1백개채널로 일본지역에서 서비스한다는 J스카이B계획을 발표해 우리나라는 외국의 상업화 방송에 완전히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일본지역을 대상으로 한 위성방송 서비스는 오는 98년 이전이라도 유료채널을 제외한 전채널을 국내에서도 50만~60만원대의 투자로 제한없이 시청할수 있어 이미 국내방송시장은 개방된 상태다.

이같은 주변국 방송환경하에서 국내 위성방송이 다양한 채널과 함께 본방송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그 기약도 없다는 사실은 국내위성방송의 사실상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