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자업계 세계화 현주소 (중);브랜드 인지도

프랑스 파리 근교에는 지난 69년부터 계획해서 꾸민 라데팡스라는 신도시가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일산·분당 같은 주거도시가 아니라 예술품과같은 인텔리전트 빌딩들이 운집한 최첨단 도시다. 이 안에는 프랑스 최고의종합유통업체로 알려진 「후낙(Fnac)」이 들어서 있다. 후낙은 품질이 우수하다고 인정되는 제품만을 스스로 엄선해 판매하는 고급 유통업체다.

그래서 이 후낙 매장에선 소니·파이어니어·필립스·톰슨 등 세계 유명브랜드를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브랜드 전자제품을 찾아보기란 쉽지않다. 전자제품의 간판격인 컬러TV의 경우 20인치짜리 「GOLD STAR」 2개 모델이 전부다. 하나는 일반 컬러TV(모델명 CL20E20)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오디오와 복합된 콤비TV(KL20V30)이다. 이들 제품은 모두 올해 선정된 것이고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기업 브랜드는 전무했다고 안내원은 말했다.

오디오는 컬러TV보다 좀더 눈에 띈다. 미니컴포넌트(MAX-440)를 비롯한 5개 모델의 「SAM SUNG」브랜드와 1개 모델의 「GOLD STAR」가 올해 새로 선정돼 후낙매장에서 전시판매되고 있다.

자신의 얼굴로 시장을 뚫자는 슬로건을 내걸기 시작한 지 꼭 3년 만의 모습이다. 전자3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자업계 입장에선 프랑스가 대단히 큰시장은 아니지만 세계시장에서의 위치를 가늠케 하는 곳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나 이미지를 확실하게 판가름해주는 미국이나 일본시장을 예로 들면 전자3사의 세계화 추진이 아직도 걸음마 단계임을알 수 있다. 전세계 브랜드가 치열한 가격과 품질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한국 전자제품 브랜드는 중간 이하로 평가받고 있다. 주로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되고 있는 컬러TV의 경우 저가시장 공략에 연연해하고있으며 VCR는 저가경쟁을 견디지 못해 수출이 중단되다시피한 상황이다. 일본시장에선 한국산 전자제품이 동남아산 일본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접받고 있으며 중간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는 제품은 대부분 일본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브랜드 마케팅은 전자업계 세계화 추진의 필요조건으로 부상한게 사실이다. 그동안 전자3사가 서로의 입장에 따라 다른 시각을 보이기도했지만 이제는 세계화를 달성하려면 자가브랜드 판매비중을 끌어올리는 게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의 OEM 수출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대우전자도 자가브랜드 판매비중을 오는 2000년까지 75% 수준으로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고 있을 정도다.

이제 세계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등장한 전자3사의 브랜드 마케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얼마나 실효를 거두느냐가 열쇠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