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그래픽스 용역 전문업체며, 영화제작사인 「신씨네」. 다양한 컴퓨터그래픽 SW를 사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울티매트 시네퓨전」이라는 합성SW를 미국 본사에서 직접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94년 개봉된 바 있는 영화구미호 제작 당시 울티매트 시네퓨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신씨네가 직수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에 이 SW를 사용하는 유저나 공급자가 국내에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와 유사한 종류의 SW가 국내에도 공급되고 있었지만 영화품질과 직결되는 만큼 "AS"나 "교육"등에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직수입을 추진해야 했다. 금액규모면이나 사안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해외 제조사와 직거래하는 사례는 이런 경우 말고도 많다.
매킨토시용 3차원 그래픽SW인 "마틴 해시"를 사용하고 있는 신모씨도 직거래에 눈을 돌린 케이스다.
신씨는 중간상인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아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마틴해시사와 직접 연결해 구입했다. 컴퓨터그래픽SW로서 20만원대라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이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이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공급사가 없었고 직수입하는 편이 가격적으로 유리하기때문이다.
컴퓨터그래픽 용역업체인 B사는 이와는 반대로 국내에 공급사가 있는데도직수입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2차원 그래픽SW인 "코렐드로"를 수입한 이업체가 과거 코렐그래픽사로부터 직수입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현지에 비해 터없이 높은 국내 공급가격 때문이다.
운임과 통관료를 지불하고도 국내 소비자가보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구입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도 가격이지만 공급자가 자주 교체되거나 제품만 팔고 지원은뒷전인 국내 공급사측의 처사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직수입을하게 됐다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믈론 B사는 SW에 정통해 무상교육이나 한글매뉴얼 등 국내 공급사를 통해구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AS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전제로 직수입을 추진했다.
서적류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원서를직접 수입해 구독하는 컴퓨터 사용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큐닉스컴퓨터 홍보실에 근무하고 있는 장영표씨도 미국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케이스. 현재 매킨토시 동호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매킨토시 관련전문서적과 잡지를 미국에서 직접 받아보는 마니아다.
매킨토시 잡지를 포함한 전문서적은 직수입할 때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서비스나 고객지원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같이 AS나 언어, 지역적인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최근들어 늘고 있는 SW와 HW 직거래는 보통 두 가지 이유에서 시도되고 있다.
첫째는 국내 공급사가 없는 경우다. 마틴 해시나 유틸리티성 프로그램 같이 값싼 SW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례며, 신씨네가 도입한 울티매트 시네퓨전은 극히 소수의 전문사용층만이 이용하는 전문 프로그램으로 공급자가나서지 않는 제품들이다.
때문에 해외실정에 밝고 HW나 SW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전문사용자들을 중심으로 SW나 HW를 직접 수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두번째 경우는 제품가격이 현지가격에 비해 몇곱절씩 비싸면서도 서비스는오히려 신뢰할 수 없는 국내 달러들에 회의를 느끼는 사례. 전자메일을 통해직접 주문하고 통관절차를 마친다 해도 국내보다 더 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일찍부터 외국의 상황에 눈뜬 사람들로, 구매코자 하는 제품에정통한 파워 유저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지만 팔기에만 급급해 딜러로서의 사후거래를 망각하는 업체가 그만큼 다수였다는 증거다. 이 같은 풍토에서 직거래쪽으로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리는 컴퓨터사용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
특히 국내딜러가 자주 교체돼 피해를 본 경우나 미국 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고객지원체계에 실망한 사람들이 본사와 직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최근에는 세계적인 컴퓨터 시장의 불화에 따라 일부 SW.HW 제조사가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자사의 제품을 구입한 사용자에게 AS를 하는 "글로벌 워런티"를 실시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직수입하려는 사용자들의 결단을 막아왔던 AS부담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글로벌 워런티는 그동안 직수입한 SW.HW에 대해서도 AS의 부담을 상당부분덜어주기 때문에 사용자에게는 그만큼 유리한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직거래 추세에는 언론매체나 미디어의 발전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해외 최신정보가 사용자에게까지 파급돼 가격구조나 최신 제품정보가 신속하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딜러를 능가하는 정보를 확보한 컴퓨터 사용자가 크게 늘고,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자유로운 정보열람이나 전자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상표를 등록한 자사 상표권 전용사용권자만수입해오던 품목을 제3자도 제조국의 유통시장에서 사들여 수입할 수 있도록한 관세청의 병행수입 허용조치 이후 직거래를 직업적으로 시도하는 업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병행수입 허용조치는 그동안 배타적인 공급권을 갖고 가격을 결정해오던국내 컴퓨터 SW.HW 공급사들의 공급가격 정책에 적잖은 수정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과 통신을 통한 전자거래와 국가정책적인 요인은 국내에서거래되는 SW.HW들의 가격구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