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인간과 컴퓨터의 교감

개인용 컴퓨터(PC)의 부침을 보면 재미있다. 80년대 초 데스크톱 컴퓨터가개발된 후 랩톱·노트북·서브노트북·팜탑·PDA(휴대형 개인정보 단말기)등 크기가 점점 줄어든 컴퓨터가 차례로 등장했다.

그런데 무릎 위에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는 랩톱컴퓨터는 「휴대형」이라는 장만을 열어놓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손바닥 안에 들어갈 수 있는팜톱도 유력 컴퓨터업체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으나 매기가 일지 않아 멸종위기에 처했다. 팜톱만한 컴퓨터에 통신기능을 부가한 PDA도 장래가 극히불투명하다.

노트북 컴퓨터보다 휴대하기도 편한 팜톱이나 PDA가 열매를 맺기는커녕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용 컴퓨터의 생존조건은일정 수준 이상의 기능을 갖췄는지, 또 사용하기가 수월한지에 달린 듯하다. 그렇지만 팜톱이나 PDA와 같은 제품은 기술은 좋았으나 창의력과 상상력이부족한 사람들에 의해 창조됐기 때문에 멸종으로의 길을 걷고 말았다. 팜톱은 디자인이 노트북과 거의 같은 채 크기만 줄이려고 했기 때문에 컴퓨터로서의 유용함을 잃었다. 인터페이스를 자판으로 하거나 또는 펜으로 하려했던PDA도 역시 마찬가지다. 크기가 대폭 줄어들면 명령 수단을 자판 대신 음성등 다른 것을 찾아봤어야 했다.

지난 80년대 초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로 싹을 틔웠고 마이크로소프트가윈도에서 꽃을 피웠던 사용자 유저 인터페이스(GUI)는 종전까지 어려운 컴퓨터 명령어를 그래픽(아이콘)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터페이스 분야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 DOS와 같은 운영체계의 틀을 유지한 채 좀더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더라면 GUI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페이스에는 음성뿐 아니라 인간의 오감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손목에 차는 PHS도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한단계 도약한 좋은 사례다. 음성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자판을 대체한 PHS는 이제 휴대형 컴퓨터나 PCS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