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자업계 세계화 현주소 (하);풀어야할 숙제들

『프랑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활용해 이곳 로렌지방에 컬러브라운관공장을 준공했지만 노동력과 언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오전9시 출근 오후 5시 정각에 퇴근하는 선진국 노동행태를 타개해야만 5교대 근무시스템 도입을 통한 하루 24시간 풀가동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수 있습니다.

생산현장에서의 언어문제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브라운관 생산을 위해서는4백여개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대다수 한국의 생산라인 엔지니어들은 불어를하지 못합니다. 이는 생산기술 전수가 그만큼 늦어짐을 의미하며 생산효율을높이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엄길용 오리온전기 사장의 이러한 고백(?)은 비단 프랑스 컬러브라운관 공장만의 얘기가 아니다. 해외에 진출해 현지 생산중인 상당수 전자제품 공장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지역별·국가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특히 노동력 문제는 상존하고 앞으로 더욱 불거져 나올 수 있는 난제에 속한다.

삼성전자가 포르투갈 컬러TV공장을 최근 영국으로 이전한 것이나 LG전자가독일 VCR공장을 영국으로 옮기려는 것 등은 모두 노동력과 무관하지 않은 경우다.

현재 노동력 문제는 선진국의 경우 주로 노동조합의 강력한 파워에서부터나타나는 생산효율성 저하, 중남미와 동남아 등 개도국에선 잦은 인력이직으로 인한 생산라인의 불안정 등을 현안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다인종,다종교 지역에선 체계적인 인력관리가 어려워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의 자율적 경영능력이 취약한 것도 적지 않은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부분의 해외공장이 스스로 부품을 조달할 수있는 능력이 부족해 효율적인 경영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해외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현지 투자법인들은 대부분 한국본사를 통해 부품을조달, 원가절감은 물론 적자 탈출을 꿈꾸지 못하고 있는 주요 이유가 되고있다. 이는 본사에서 부품을 조달해 현지법인에 공급할 때 관련 비용및 이윤을 붙이기 때문.

이로 인해 어떤 해외법인은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원가부담을 덜기 위해 부품을 조달하는 현지법인 인력을 본사에 파견할 것까지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앞서 최근에 복합화·종합단지화하면서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전자업계의 해외투자 진출 가운데는 우려할 부분이 적지않다. 세계화의 명제에 따라 시장이 있는 곳에는 현지생산을 통해 승부를 건다는 식의 무차별적인 현지투자 진출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 및 예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