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자의료기기 사업 참여 러시

국내 전자의료기기 시장이 거대한 지각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대우그룹·해태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그룹을 비롯, 진로·삼양·서통 등 중견그룹들이 경쟁적으로 전자의료기기사업 참여를 선언, 국내 전자의료기기 시장에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들 업체는 전자·광학·전자부품 등 계열사의 각종 노하우와 월등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업체들이 거의 손을 대지 못하던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에 나서는 한편 관련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그 파장은 더욱 클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전자의료기기 산업이 고부가가치형 미래산업으로 사업다각화에 가장 적합한 품목일뿐 아니라 정부가 대기업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것이 주요인이다. 또한 복합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전자분야 기반기술확보 및 파급효과가매우 크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GE와의 합작사인 삼성GE의료기기를 통해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참여해온 삼성그룹은 이와는 별도로 삼성종합기술원과 삼성생명과학연구소를 통해MRI(자기공명 연상진단장치)·초음파 영상진단기·레이저 수술기 등 광 응용기기·디지털 내시경시스템·원격진료시스템·재활의료기기 등 각종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삼성항공에서도 CCD카메라 등 기존 광학기술을 응용, 복강경에 주로사용되는 경성내시경을 개발, 현재 계열사 병원인 삼성의료원에서 임상실험중이다. 삼성그룹은 연간 1백억원 이상의 연구 개발비를 생명과학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 전자의료기기 메이커인 일본의 도시바와 기술제휴,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참여키로 했으나 도시바 국내 대리점과 마찰을 빚어 사업을 포기했었던대우그룹은 최근 대우고등기술연구원을 통해 국부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사선 치료장비를 개발하는 등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연구소와 방사선 동위원소인 IR 192와 코발트 60 등 소스를 국산화, 자사가 개발한 방사선 치료장비에 채용한다는 기본계획에 합의하는 등 사업참여를 구체화하고 있다.

하이테크 종합전자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 아래 약 1천만 달러를 들여 미국의 UMSI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해태전자는 인수가 확정되는 대로 시뮬레이터가 장착된 CT(컴퓨터 단층촬영장치) 등 전자의료기기를 생산하는 한편인력 및 조직을 확대, 앞으로 3년 안에 약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진로그룹도 지난 93년 사회주의 해체로 일자리를 잃은 러시아 과학자 8명을 영입, 모스크바 현지에 「점프 모스크바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지난해 12월 조직 절제수술 및 복구는 물론 대소혈관 혈액응고, 간·비장·신장·폐와 같은 연조직 수술 등 외과수술 전반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혈액응고기」를 개발, 국내외 특허출원을 완료하는 등 전자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밖에도 서통이 지난 18일 1차로 10만 달러를 투입, 모스크바에 현지 박사급 인력 5명으로 구성된 연구소를 설립하고 MRI·홍채조절진단기·레이저치료기를 개발한 것을 비롯 삼양그룹·카스전자 등 기존 의료기기 업체들보다 규모가 큰 업체들도 이 분야 신규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대웅제약·일동제약 등 제약사들도 자체 개발 및 타 의료기기 업체 인수를 통해 전자의료기기 제조에 뛰어든 바 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