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가 失地회복에 본격 나섰다.』
일본 닌텐도는 지난 23일을 기해 두 차례나 연기해 온 64비트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64」를 출시, 일단 32비트 진영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로써 일본 게임기시장은 32비트 진영인 소니와 세가, 64비트의 닌텐도간의 실질적인 3파전시대로 들어섰다.
세계 최대의 게임기업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지난 2년간 차세대게임기의 부재로 32비트 진영과의 경쟁에서 고전해 온 닌텐도에게 64비트게임기는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닌텐도64의 출시가 곧 닌텐도의 재도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제 비로소 게임기시장의 새 강자로 떠오른 32비트진영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닌텐도64의 출발은 일단 좋아 보인다.
이 게임기에 대한 일반의 높은 관심도는 23일 판매당일 상당수 소매점에서의 품절사태로 나타났다.
닌텐도64는 모두 예약판매했기 때문에 지난 90년 「슈퍼패미컴」의 판매개시일처럼 당일 구매자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일은 없었다. 예약은 지난 4월 21일부터 시작했다. 도쿄의 소프맵 아키하바라의 경우 지난달 초 예정분을 소진했다. 5천7백개점포에서 게임기를 처음 예약판매한 로손도 이달 중순 예정분을 모두 판매했다.
이 결과 닌텐도는 이달 말까지 50만대 출하하는 64비트게임기중 23일분으로 책정한 30만대를 다 팔았다.
이 회사는 올 연말까지 국내에서만 3백60만대를 출하할 계획이다. 참고로32비트게임기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의 「세가새턴」의 경우지난 94년 가을 판매개시한 이후 처음 6개월간 판매대수는 각각 50만대정도였다. 64비트게임기에 대한 닌텐도의 자신감과 의욕이 어느정도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는 이 계획의 달성을 의문시하는 소리가 높다.
우선 하드웨어 보급의 관건인 소프트웨어가 취약하다는 점을 걸림돌로 지적한다. 닌텐도는 연내 21개 타이틀정도의 소프트웨어를 출하하고 이중 인기시리즈 「슈퍼마리오64」수준의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적어도 3개타이틀 갖출계획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타이틀수가 적고 「슈퍼마리오64」이외는 눈에 띄는 게 없다는 반응이다.
또 소프트웨어업체의 지원도 미흡한 실정이다. 예컨대 RPG(롤 플레잉 게임)의 대명사 스퀘어社가 플레이스테이션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로 유명한 에닉스는 아직 적합한 하드웨어를 선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가격도 문제이다. 본체의 경우 닌텐도64는 2만5천엔이고 플레이스테이션과세가새턴은 각각 2만엔을 밑돈다. 64비트게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럭저럭경쟁할 수 있는 차이다. 그러나 여기에 소프트웨어까지 포함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32비트게임기 소프트웨어는 대략 5천엔선인데 64비트게임기용은 9천엔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합칠 경우 가격차이가 1만5천엔정도로 벌어진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격차이다.
또한 소니, 세가 두 회사는 이미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이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새턴 모두 출하대수 각각 2백만대, 합계 4백만대를 돌파, 일반의심판대를 무사히 통과했다. 물론 이 수치는 닌텐도 16비트게임기 「슈퍼패미컴」의 1천6백만대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최근 2년간의 게임시장침체를 감안하면 성공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은 대체로 「팽팽한 3파전」으로 집약된다. 어느 업체가 1위에 오를 지는 미지수이지만 어느 한 업체가 월등히 높은 점유율을차지하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