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디오 체인점 긴급점검 (4)

비디오 체인점 발전방안

국내 체인점은 선진유통망인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왜곡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미국과 일본의 경우 체인점이란 프랜차이즈,즉 체인본부가 독점판매권을 가지고 가맹점에만 소프트웨어를 유통시키는 것이 기본조건이다.

선진형 비디오체인의 모델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의 블록버스터는 지난 85년 2백개 숍으로 시작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4천 3백여개 체인망을 지닌 거대조직으로 성장했다.

국내에는 몇몇 견실한 체인본부를 제외하면 상근직원 2-3명이 가맹점 모집광고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숍주들이 체인본부를 운영하고 있기때문에 유통에 대한 전문지식도 결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단순히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고 동일한 간판을 내거는 데 그치고 있기때문에 기존의 대형숍들과 차별화에도 실패하고 있다.소비자들의 대여환경을개선한다든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판권구입을 통한 독접판매나 제작사와의직거래를 통한 공동구매등을 시도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체인점도 없지는 않다. 영화마을의 경우 <이상한나라2>와 <슬픈 열대> 등 매니아를 위한 신작비디오의 직접유통 경험을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앞으로 우리영화 제작에 참여, 비디오판권을구매하고가맹점에만 독접공급한다는 것이다.

현재 박찬욱 감독의 <3인조>를 비롯 시나리오 몇 편을 검토중에 있으며,작품이 선정되면 3-5억정도의 제작비를 선지원, 비디오판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워 놓고 있다. 영화마을 박상호사장은 『흥행작이든 예술영화든 매월1-2편씩을 자체 유통망으로 보급해 프랜차이즈 개념을 도입하고,외국의 블러버스터처럼 POS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가맹점들의 정보를 통합함으로써 물품 구입자료를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힌다.

일본식 비디오테이프 무인자동 대여기인 「레비오(REVIO)」를 설치하려는체인점도 늘어나고 있다.체인점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고 오전시간에무인점포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이다.

한편 체인점의 공동구매에 대해서는 당분간 실현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지적이다.최근 모 체인점측이 국내 제작사들에게 공동구매 의사를 건냈으나덤핑이 만연하고 있는 현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본사가특정 체인과 직거래를 하게 되면 영업사원들의 이익과 상충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체인점 본부 자체가 물류기능을 대행할 만한 능력이 결여되어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대기업 유통사들이 직접 체인점을 운영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외국 배급사들이 유통사별로 별도 계약을 맺고있기때문에 서로 이익이 상충되는 부분을 조정하기란 쉽지 않다.그러나 유통사와배급사가 자본과 인력 물류체계를 지원하고 체인점이 연합한 형태는향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체인점 본부들이 대형 유통사 못지않은 영업력과 마케팅력이 갖춰야만 선진유통체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지금처럼기존의 숍들이 느슨하게 연합해 있는 상태로는 빠른 물류체계와 독자적인 마케팅이 힘들다.

타이틀 구색의 차별화와 함께 체인점의 특성을 살린비디오 카다로그 및 자료집발간,특별사은 이벤트 등 일반숍과 다른 고객유치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때 체인점이 덤핑의 오명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발전된 유통체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