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의식의 교각 (231)

그는 멈춰 서서 깊은 기호흡으로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기억하라. 이건모두 삼스카라, 환상일 뿐이다. 온라인 삼스카라인 것이다.

여러 갈래의 갈림길에 다다르자 멈춘 그는 생각한다.

어느 길로 갈까? 이상하게 흥분된 느낌이다. 곧, 곧, 이라고 그의 육감이말하고 있다. 목 뒤의 태양처럼 운명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성급한 기대는 금물. 지금이라도 언제든 잘못된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해, 고비. 이제와서 잃어버릴 순 없어. 침착하고 또 침착해야 해.

눈의 초점을 다시 맞추자, 그를 위해 남겨진 표시가 보인다.

작은 종이 오리가미가 떨어져 있다. 몇몇은 신에게 기도를 바치는 것처럼나뭇가지 위에 접혀 있고 어떤 것은 길을 따라 돌 위에 놓여 있다.

길 끝에 다다르니 그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여자는 어떤 은자(隱者)가 사는 동굴 밖에 서 있다. 그녀는 벨트를 맨 누빈 자켓을 입고 검은머리는 뒤로 묶었다. 그가 다가가자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는다.

『안녕하세요, 프랭크.』

아주 반가운 미소로 그를 맞는다.

『남겨둔 자취를 찾았군요.』

그리곤 덧붙인다.

『오랜만이에요. 좋아보이시네요.』

『오랜만이야, 기미코.』

그가 답한다.

『거기도 좋아보이는군. 죽은 줄 알았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진짜처럼 보여야 했어요.』여자의 말에 금방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한다.

『그래서 나를 보디가드로 채용했었나 보지? 무책임한 인간으로 보이도록하려고? 후회와 절망 속에서 몇 년 보내보라고?』

『미안해요, 프랭크.』

『그 여잔 누구였지? 거기 대신 죽은 여자?』

『내 대리인이었어요. 나를 보호하기 위해 프랭크를 채용한 것처럼, 내 대역으로 채용한 사람이예요. 내가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내 잔심부름도 하고 내 대신 일상적인 일을 하도록 했었죠. 죽을 줄은 몰랐어요. 정말이에요. 믿어줘요.... 있어서는 안될 곳에, 있어서는 안될 시간에 있었던 것뿐이에요. 운이 나빴던거죠.』

『당신의 더러운 빨래 하느라고?』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나도 아마 거기 끼도록 되어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