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수정디바이스업계, SAW필터 사업 놓고 딜레마

국내 수정디바이스업계가 표면탄성파(SAW)필터시장의 급부상으로 심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넓은 의미에서 수정디바이스군에 포함되는 SAW필터가 최근 고주파를 사용하는 디지털 무선통신 단말기의 대역통과필터로 시장을 급속하게 확대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 막대한 초기투자를 감내할만한 여력이 부족해 강건너 불구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LN·LT 단결정과 최근엔 수정원석을 사용하기도 하는 SAW필터는 중·고주파 대역에서 탁월한 주파수특성과 함께 무엇보다 대량생산체제에 따른 양산성이 뛰어나 최근 정보통신기기류의 대역통과필터를 중심으로 시장이 빠른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주파에서 고주파에 이르기까지 사용영역이 대폭 확대돼 궁극적으로 수십 대역의 무선통신기기에서 주파수통과필터로 사용되는 수정필터(MCF)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돼 수정디바이스업계의 고민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부분 영세한 관련업체들이 선뜻 SAW필터 생산을 위해 투자를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수정디바이스 가격이 최근 들어 총체적으로 급락하는등 시장이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해외투자 가속화 등으로 자금의 여력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SAW필터는 공정자체가 반도체와 유사해 수정진동자 제조기술과는차원이 달라 주로 대기업들인 SAW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희박하고 초기시설투자비만도 월 1백만개 수준의 1개라인을 설치하는데 약 1백5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때문에 SAW필터의 부상은 국내 수정디바이스업계의 판도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싸니전기·고니정밀·국제전열공업 등 연간 매출 2백∼3백억원대의 전문업체들이 주도해온 국내 수정디바이스시장은삼성전기·대우전자부품 등 SAW필터업체의 등장으로 재편조짐이 일고 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일본도 유사하다. SAW필터에서만큼은 NDK·긴세키 등전통적인 수정디바이스업체들보다 도비사·산요·무라타·후지쯔·마쓰시타 등 대형 전자 및 부품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도요콤을 중심으로일본 수정디바이스업체들은 점차 SAW에서도 만만치않게 선두권을 추격하고있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근본적으로 SAW필터는 소자 전체가 진동하는 이른바 BAW원리를 이용하는수정디바이스 기술의 한 부류다. 이런 점에서 싸니전기·고니정밀 등 국내수정디바이스산업을 이끌어온 선발업체들이 그동안 너무 현실에 안주해왔고미래에 대한 투자에 너무 인색했던 것이 화근이다.』

30년에 가까운 긴 역사와 세계 수정디바이스 생산 2위국을 자처하는 국내수정디바이스업체들이 아직도 기술 및 생산구조면에서는 하류로 분류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 원로급 관계자의 이같은 말은 업계가 SAW필터 딜레마에 빠지게 된 배경을 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