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정통부,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 발벗고 나선 이유

정부가 국내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처방전 마련을 위해 양팔을 걷어부쳤다.

27개에 이르는 대규모 통신사업권 허가가 작전 수행을 위한 교두보 건설작업이라면 최근 정부가 입안중인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대책」은 전쟁이필요한 군수품을 준비하는 작업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27일 정통부 기자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정홍식 정보통신정책실장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과 관련, 통신사업과 관련된 모든 세부 계획을되도록 빠른 시일안에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경쟁 확대와 공정경쟁 보장을 위한 세부 추진 방침을 올해안에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또 세부 계획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마다 필요한 법률 근거를 마련,최적의환경을 갖춰준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추진방침을 민간에 미리 알림으로써 관·민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실장은 『이번 기회에 끄집어낼 것은 모두 끄집어내고 검토할 것은 모두 검토하겠다』고 말을 꺼냈다.통신사업과 관련된 예측가능한 모든 부분을검토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98년 시장 개방을 앞둔 우리의 통신 시장 현실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정부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통부가 밝힌 「검토 대상」은 대체로 △통신사업의 경쟁체제를 확대하는 부분과 △공정 경쟁 보장이라는 두 개의 큰 줄기로 나눠진다.

현재 정부가 그리고 있는 통신사업 구도는 독점 구조를 완전히 없애는 방향인 것으로 추측된다.

예를 들어 무선가입자망(WLL)이나 케이블TV전송망등 새로운 기술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1백년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시내전화 부문의 경쟁 도입문제까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서도 승인 기준이나 대상 서비스등에 대한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가능한한 많은 민간 기업이 통신사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사업자가 허가된 주파수공용통신(TRS)이나 무선데이터 사업 부문의신규 사업자 추가 허가 문제까지 검토중이라는 사실에서 경쟁 확대에 대한정부의 인식변화를 눈치챌 수 있다.

지금까지 공기업의 통신사업 경영 참여 문제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여온정통부가 민간 참여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경쟁도입 취지와 잉여시설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하겠다고 한발짝 물러선 것도 눈에 띠는 변화라고할 수 있다.

경쟁 확대와 동전의 양면 관계인 공정 경쟁 환경 조성과 관련해서도 정통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이 문제 역시 검토 가능한 모든 방안을 놓고최적의 대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통신위원회의 기능강화 건이다.

정통부는 우선 사업자간 분쟁을 조정하고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는 등의 시장 감시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되도록 빠른 시일안에 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과 사무국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시장 지배적 사업자 이외에는 통신서비스 요금을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의 요금 정책 방향과 한국통신의 경영혁신 방안도이번 기회에 가닥을 잡겠다는 것이 정통부의 계획이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