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에서 서자 대접을 받아온 주전산기가 그동안의 설움을 털어내고 적자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흔히 국산 주전산기하면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에서 국내 중대형컴퓨터 기술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해 준 컴퓨터로 인식되어온 게사실이다.
지난 88년부터 지난해말까지 국내에 보급된 국산 주전산기는 총 9백6대.
이중 주전산기Ⅰ이 2백42대이고 타이컴이라 불리는 주전산기Ⅱ는 6백64대에달하고 있다.
8년 동안 9백여대 남짓한 보급 실적은 그동안 국내에서 팔려나간 외산중대형컴퓨터의 수에 비해 극히 미약하지만 걸음마 단계에 있던 국내 중대형컴퓨터산업에서는 괄목할 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국산 주전산기 보급실적은 외형에 비해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내세울 게 없다.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 등 어쩔 수 없이 국산 주전산기를구입한 수요처를 제외하고 국산 주전산기를 필요에 의해 설치한 곳은 손으로꼽을 정도이다.
물론 삼성전자, 현대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주전산기 4사도 국산 주전산기 사업에서 별 재미를 못 보았고 또 대부분 수백억원 상당의 투자비를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산 주전산기 4사는 국산 주전산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지난해말부터 국산 주전산기Ⅲ를 발표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가는 한편 제4세대 국산 주전산기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외면과 자존심 경쟁이라는 비아냥을 받아가면서까지 국산 주전산기 4사가 주전산기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가능성 때문이다. 비록 선진 외국기업과 어쩔 수 없는 기술력 차이로과거의 제품은 등외품이었지만 현재의 제품은 중대형컴퓨터로 손색이 없으며앞으로 개발될 제품은 외국 제품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수 있다는 게 주전산기 4사의 공통된 견해이다.
현대전자의 표삼수 상무는 『이제 중대형 컴퓨터 산업은 아키텍쳐를 개발하는 기술 보다는 공인된 CPU, OS 및 응용소프트웨어를 최적의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부가기술에 역점이 두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측면에서 국산 주전산기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주전산기Ⅲ에서 이미 그 가능성은 엿보이고 있다. 주전산기Ⅲ가 발표된 이후 금년 5월말까지 총 11대가 공식적으로 공급됐거나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주전산기 4사가 현재 공급협상을벌이고 있는 수요처가 40여군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올 연말까지 주전산기Ⅲ는 약 1백여대 이상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내무부 등 기존 주전산기의 대량수요처가 기존 국산 주전산기를 주전산기Ⅲ로 대체할 계획을 갖고 있고 신규통신서비스 사업자들 중 일부는 국산주전산기Ⅲ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주전산기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최창수 이사는 『주전산기Ⅲ는 과거와 다른 제품이다. 비슷한 CPU와운영체계, 응용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외산 컴퓨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역설하면서 『삼성전자가 국산 주전산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뒤바꿀 것이며 이를 실적으로 입증해 내겠다』고 주장한다.
특히 내년에는 중국 등 「2바이트 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국산 주전산기의 수출을 기대해도 좋다는 게 최이사의 설명이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