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제목을 잡아라. 최근 컴퓨터 서적 출판시장에 이색 제목의 책들이 봇
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컴퓨터 일주일만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나경문화)」 「깡통들을 위한 3D
Studio(비앤씨)」 「이일경의 컴퓨터 사랑하기(크라운출판사)」 「PC통신
끝내주기(동신출판사)」 「멀티PC를 생포하라(연암출판사)」등등.
컴퓨터 서적 출판사들은 신간을 준비하면서 책의 제목을 어떻게 정할 것인
가에 「1차 승부」를 걸고 있다. 제목 탓에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그간
일부 문학작품 단행본에나 적용되던 현상이었지만 최근에는 가장 딱닥하고
어려운 컴퓨터 서적분야에도 어느정도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올들어 출간된 컴퓨터 서적의 제목중 가장 「압권(?)」은 「서세원, 컴퓨
터와 바∼람∼났∼네!」라고 할 수 있다. 크라운출판사가 펴 낸 이책은 올해
우리사회 최대의 유행어인 「∼바람났네」시리즈를 탄생시킨 에로 비디오 「
젖소부인 바람났네」를 연상시킨다.
출판사들은 이같은 현상이 자연스런 것이라고 설명한다. 크라운출판사의
곽미은 사업본부장은 『과거의 컴퓨터 서적은 일정수준의 기술적 관심이 있
는 계층이 주독자층이었기 때문에 내용의 충실도가 최우선이었다』고 밝혔
다.
곽본부장은 그러나 『컴퓨터의 사용환경이 초중고생, 주부등 일반인들에게
까지 확산된 요즈음에는 좀 튀더라도 재미있는 제목을 통해 이들에게 친근감
을 주는 것이 「판매」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컴
퓨터의 일상화라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업계의 자연스런 마케팅 방법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환경 변화와 함께 출판사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같이 튀는 제목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수년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관련 서적은 대부분 이
분야 전문업체에 의한 기술 소개서가 주류를 이뤘다.베트스셀러라고 해봐야
기껏 2만3만부 수준이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까지 일상화되고 시장 수요가 폭증하자 영세
자본이 대부분인 출판사들이 단 한권의 히트작으로 「스타덤」에 오를 수 있
다는 희망이 보이자 좀더 자극적이고 튀는 제목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 서적의 출간이 최근 23년동안 10배 이상 늘어나는 추세여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당길 일차적 요소로 제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
다.수백종의 컴퓨터 서적이 줄지어 서 있는 서점에서 기존의 딱딱한 제목으
로는 한쪽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들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선 컴퓨터 서적들은 거의 대부분 튀는 제목
을 갖고 있다.「컴퓨터 무작정 따라하기」「컴퓨터 일주일만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자바와의 첫사랑」등이 대표적이다.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의
경우 업계에서는 30만부가 넘게 팔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히트의 일등공
신으로는 「제목」을 꼽고 있다.
실제로 출판사 기획 책임자들은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라고 말한다.물론 그중에서도 제목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신간의 경우 여기에 「승부」를 건다고 한다.여기에 전유
성 서세원 같은 유명인을 동원한 책이라면 섭외에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돼
어지간한 출판사라도 거의 「사운」을 건 싸움이 된다고 한다. 컴퓨터 서적
의 튀는 제목에 대해 독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J서적의 한 관계
자는 『컴퓨터 서적의 제목이 독자의 호기심만을 자극하기위해 너무 상업적
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내용은 보지도 않은 채 제목만 보고 책을 구입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이곳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가뜩이나 어렵게만 느껴지는 컴
퓨터 서적이 제목에서나마 친밀감 주는 것은 반갑다』고 말하고 『그런 제목
들이 오히려 신세대 정서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출판사들은 아무리 제목이 흥미롭더라도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내용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업주의 시비보다는 「컴퓨터
서적의 대중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