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전자의 신규격 TV(12.8대9) 출시 배경에는 국내시장뿐 아니라 세
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의욕이 담겨있다. 세계 TV시장을 주도하고 있
는 일본 소니에 낸 도전장인 셈이다.
국내 경쟁업체는 물론 세계시장 선두그룹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삼성전자는 우선 국내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이 새규격의 제품 가격을 경쟁
사의 동급모델과 똑같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한편 주력시장인 25인치와 29인
치 명품TV를 모두 이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데서 읽을 수 있다. 삼성의 계획
으로는 이 제품을 연말까지 10만대 이상 소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16대9 화
면의 광폭TV 라인은 그대로 유지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오는 10월부터는 중국과 독립국가연합(CIS)을 시험 무대로 삼아 세
계시장 문을 두드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시작으로 동남아는 물론 승부시장
인 미국과 유럽에서 삼성브랜드를 확실히 심고 기존 TV의 개념을 바꿔놓는다
는 의지다.
이는 현재와 같은 TV로는 도저히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음은 물론
삼성의 세계화 전략에 근본적인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건희 그룹회장의
의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국내 경쟁사들이 이제 와서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는 우선 삼성의 가격책정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신제품이 나올 경우
에는 가격이 기존 제품보다 비싸기 마련이고,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소비자
들에게 파고들면 과감한 마케팅 전략과 적지않은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는 점에서 그렇다.
또 삼성이 이 TV로 기존 제품(광폭TV 제외)을 완전 대체한다는 것은 국내
시장의 4분의 1 이상(수입품 포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때 급
속한 시장잠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말대로 이 TV의 화면비율 12.8대 9가 광폭TV처럼 단순히 가로화면
만 늘린 게 아니라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촬영화면을 기존 TV보다 더 많이 재
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을 경우에는 경쟁업체들로선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예상해야 한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야심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할 수밖에 없다.
원론적으로 봤을 때 이 TV는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이고 지금까지 어디서고 시
장성이 검증된 바 없다.
또 방송국의 송출화상이 현재의 TV보다 넓어도 4대3 비율에 맞춰 방송을
내보내고 있어서 화면 자막이나 방송엔지니어들의 촬영초점 등을 다시 조정
해야만 완벽한 화면구성이 가능해진다. 즉 방송송출이 4대3 화면이 아니라 1
2.8대 9 화면에 맞게 다시 조정하지 않으면 이 제품은 다소 어색한 화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 신제품 성공의 열쇠는 소비자들의 눈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
다. 인간의 오감 중 하나인 시각을 자극하기 시작하면 기존 TV시장은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또 영상기기의 자존심이라고 까지 자부하는 소니가 삼성의 이같은 행보에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중요한 변수중 하나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