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늘 바쁘다.자기에게 주어진 일들을 끝내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다만 일들의 성격은 사람마다 다르다.개인의 일때문에 시간
을 다 소비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시간을 활용한 사람도
있다.
언론인출신으로 과기처장관을 거쳐 현재 서울시립대 총장으로 초고속정보
통신망자문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는 김진현씨는 사회를 위해서 하루를 보낸
다. 수십개의 사회단체활동으로 그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우리사회
의 당면문제가 무엇이고 그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갖는다.
김위원장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 특히 정보화사회로 가는 우리에
게 지금 무엇이 필요하고 그러한 노력들을 어떻게 응집력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지를 고심한다.
그래서 그는 정보화사회 관련단체 활동이 누구보다 활발하다. 「정보문화
협의회장」 「초고속정보통신자문회의 위원장」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
등으로 정보화사회를 앞당기는데 앞장 서고 있다.
김위원장은 과학기술처 장관시절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자」라고 주창,G
7프로젝트를 입안해 7개 핵심기술의 세계초일류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의 저서 대부분도 한국사회에 대한 혜안들이다. 「한국주식회사」가 그
렇고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의 선택」 「한국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 다르다.
「인류문명의 발전은 필연적이다」라고 정보화사회의 당위성을 얘기한 김
총장은 『정보화는 물량확대의 하드웨어적인 발상에서 에너지와 페기물 등을
절약하는 소프트웨어쪽으로 가야한다』고 정보화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사회의 낭비적인 문화에 일침을 가했다.
서울시립대 총장실은 다른 대학 총장실과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총장실
옆에는 일반공공도서관보다 많은 장서가 비치돼 있다.
언론인으로 출발, 한나라의 과학기술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에도 있었고 대
통령의 정책자문위원으로 국가적인 대사를 논의하기도 한 김위원장은 교수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을 정도로 어느덧 학자로서의 품위를 지키고 있
다. 시립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우선 정보화에 대한 소신을 말씀해 주시죠.
인류문명의 발전은 필연적입니다. 과거의 인류문명은 사람의 손과 발로 성
취했다면 정보화는 인간의 두뇌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문명발전은 1
백∼2백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정보화는 몇십년이면 족할 정도로 빨라졌습니
다. 필연적으로 우리앞에 다가온 정보화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역기능
에 대한 거부감때문에 정보화를 주저해서는 안됩니다. 정보화의 방향이 정해
졌으면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필연적인 정보화사회 도래를 맞아 우리는 지금 잘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정보화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이제 거의 비슷할 정
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해방후 과감한 사회변혁을 수용할 수 있
는 능력을 터득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도 한편에서는 있을 것 같은데요.
컴퓨터사용 증가와 인터넷 열풍을 보십시오. 우리 민족은 사회변혁에 적절
히 대처하는 능력이 다른 민족에 비해 월등합니다.
우리기업이나 대학들도 정보인프라에 대한 신념이 확고합니다. 우리의 정
보화는 아주 낙관적입니다.
김총장은 90년부터 93년까지 3년동안 과기처 장관을 지냈다. 우리 공직 풍
토하에서 3년간 장관자리를 지켰다는 점은 장수로 기록된다. 그에게 그 3년
의 장관직 수행은 과학기술에 대한 신념을 확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특
히 7개 초일류상품 개발프로젝트입안은 당시 상당히 신선한 충격과 흥분을
자아냈다.
G7프로젝트 입안의 배경이 궁금한데요.
우리는 4대강국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4대국가는 세계 최고의
국가들로 우리가 그들과 싸울 수 있는 길은 그들보다 우수한 민족이 되는 것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주창한 것이 「삶의 질을 높이자」였습니다. 그 실천노력의 일환이
바로 G7프로젝트입니다. 기초기술와 응용기술 7개를 선정해 이들 기술을 세
계최고로 만들자는 겁니다.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장관자리에서 물러났는데.(그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을 장관재직시 아쉬운 점으로 대신했다)
과학기술자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문제였습니다. 과학기술자들은 국가지도자
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대국적인 시야가 필요하고 명예를 중시해야 하는데
우리의 기술자들은 그렇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는 서울시립대를 「정보화대학」으로 육성할 용의는 없느냐는 질문에 『
서울시립대를 종합도시과학연구대학으로 육성할 생각이며 특히 GIS 등 몇몇
분야를 특성화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다.
정보화사회로 가는 길목에 어떤 역할을 할 생각입니까.
정보화는 문명사적으로 4번째 맞이하는 혁명입니다. 그런 정보화사회에서
우선 소프트패드로의 문명이 필요합니다. 소비적이고 소모적인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절약과 검소한 문명으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또 하나 국가적인 경영체제확립이 절실합니다. 그래야만 기업이나 국민이
방향을 잡고 자기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는 것도 우리사회
가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