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성으로는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했던 무궁화위성방송이 정작 송수신기 표준규격 제정작업에서는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난항을 겪고 있어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KBS의 위성시험방송이 지난 1일 본격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송수신기 표준규격 제정이 관련기관 및 업계의 이해대립으로 미뤄지고 있어이에 대한 관계기관들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이 표준규격 제정작업이 계속적으로 난항을 겪을경우 최소한 올해중 일반시청자를 대상으로한 수신기 보급은 막대한 차질을빚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새로운 매체로서의 위성방송산업은 조기사업자 선정이 이뤄진다해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있다.
지난 5월부터 불거져 나온 위성방송 송수신기 표준규격 제정작업의 최대걸림돌은 위성방송 송수신 시스템의 핵심기능으로서 「유료수신 및 가입자관리,모뎀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CAS(한정수신기능)부문」이다.
CAS부문이 위성방송 수신기 전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선에불과하지만 위성방송시스템 전체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가장 비중있는 장치이다.
최근 논란을 빚고있는 CAS 및 송수신기 표준규격문제는 크게 2가지로압축되고있다.
위성방송 송수신기 전체 표준규격에서 CAS부분을 선택사양으로 처리,차후에 별도의 표준규격을 제정할 것인가하는 문제와 CAS를 위성방송 송수신기의 단일 표준규격에 포함시켜야된다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에 대한 관계기관및 업체들의 의견차이는 접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팽팽한 상태이며 명확한 논리와 함께 3개 그룹으로 주장이 엇갈리고있다.
물론 문제가 이렇게 까지 확대된 데는 CAS를 포함해 디지털 위성방송송수신시스템의 개발을 주관했던 ETRI가 수신기 개발업체 및 한국통신,정통부등에 자신들의 주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첫번째는 1백59억원의 국책연구자금을 받아 전송시스템의 개발을 완료하는한편 유일하게 표준규격을 제안했던 ETRI의 주장이 수신기개발업체들의반발을 사면서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ETRI는 위성방송 송수신규격의 핵심이 CAS이기 때문에 표준규격에이를 반드시 포함해야하며 또한 유일한 제안규격인 ETRI의 안이 반드시채택돼야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ETRI는 수신기업체들이 주장하는 ETRI의 CAS개발 지연 및 미검증 시스템주장에 대해 『DVB(디지털 비디오 브로드캐스팅)규격을 이용한스크램블링 표준이 지난해말에야 확정돼 올초 입수함으로써 개발이 늦어졌으며오는 8월부터 본격적인 기술적 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ETRI는 특히 현재의 논란이 CAS미개발을 ETRI에 전가하고자하는수신기업체들의 책임회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불평을 터트리고 있다.
두번째는 KBS를 비롯한 방송사업자들이 CAS를 별도의 규격으로 처리할성질의 것이 아닌 반드시 송수신 표준규격에 반드시 포함돼야하는 필수기능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방송사업자들의 입장은 CAS규격을 포함해 단일규격을 제정해야 된다는내용에서는 ETRI와 같으나 반드시 ETRI의 규격이 채택돼야한다는 점을 고집하지는 않고있다.
세번째는 CAS규격이 검증되지 않는한,표준규격에 포함돼서는 안된다는수신기 개발업체들의 주장이다.이것이 지금까지 최대의 논란거리로 작용해왔다.
수신기개발업체들의 이같은 주장은 실제 방송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은 ETRI의 규격을 적용함으로써 향후 닥칠 수 있는 「리콜」문제를 피해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되고있다.수신기업체들은 『CAS표준안을 추후 독립적으로처리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전송시스템 개발과제를 ETRI에 위탁했던한국통신(KT)이 최근 수신기 개발업체들과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점이다.미검증된 CAS규격을 표준규격에 채택함에 따라 발생할 지도 모를위험부담의 완화하는 한편 수신기의 조기보급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 KT의입장이다.
특히 수신기 개발업체들은 표준규격에서 CAS부문이 제외되지 않는한 이의 생산판매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6개 개발업체들이 공동보조를 취해왔다.지난달 20일 열린 표준화 실무작업회의에서 실시한 찬반투표 결과는 이같은 입장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있다.
ETRI와 LG정보통신,KBS,MBC가 단일 표준안을 강력히 주장한 반면에 한국통신,삼성전자,현대전자,아남전자 등 5개 송수신관련사는 CAS분리안을 주장했다.그리고 위성방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성미전자는 기권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실무작업회의역시 양측의 의견이 다시 팽팽히 맞서면서대립하다가 회의 마지막에는 KBS측이 의장직을 사퇴하는 사태까지 발전했다.이달 11일 표준화 실무회의를 다시 개최, 세부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으나처리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최근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이들 수신기 개발업체와 한국통신의입장에 동조하고 나섬으로써 11일 회의에서는 어떤 방향으로든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보통신부는 CAS문제가 위성방송 수신기 조기시판에 차질을 주어서는안된다는 대전제하에 CAS를 별도의 표준안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을 굳히고있다.이를 위해 정통부는 조만간 CAS에 대한 논란을 제공했던 무선설비규칙 내용중의 CAS부분을 삭제하고 디지털 위성방송을 고시함으로써 문제를종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정보통신부를 포함해 방송사업자,ETRI,송수신기개발업체들의 주장에서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이들 모두 CAS는 반드시 필요하고,단일 표준이유리하며 그리고 조속히 결론이 나야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나타내고있다.
이러한 주장과 CAS의 비중을 고려했을 때 문제 해결은 몇가지로 요약될수 있다.고려할 수 있는 첫째 방법이 ETRI의 표준안을 채택하되 수신기업체들이 문제삼고있는 미검증부분에 대해서는 ETRI가 확신을 주는방법이다.이는 수신기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에 대해 ETRI가 인증을 실시함으로써향후 예상되는 리콜에 대한 수신기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두번째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관련기관들이 표준안 제정 및 규격검증을 위한 컨소시움을 구성해 본방송 이전까지 표준규격 제정을 마무리한는 방법이다.그리고 세번째는 수신기업체들이 시장 활성화를 전제로,예상되는 CAS부분에 대한 리콜을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방법은 정통부가 추진하는 것처럼 별도의 분리안으로 확정하되,ETRI안에 대해 시한을 정해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는 방법이다.
네가지 대안 모두가 특정집단에는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하지만 위성방송송수신시스템 표준규격 난항이 가져오는 국가적 망신을 미연에 방지하기위해대승적 견지에서 가부간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시룡 기자>